시골집 굴뚝을 더는 그냥 둘 수 없었다.
깨진 틈 사이로 벌레며 쥐들이 제집처럼 오갔다. 특히 화장실에서 마주친, 다리가 수십 개인 벌레들을 떠올리면 끔찍했다. 날아다니는 벌레야 쫓으면 그만이지만,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이 벌레들은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방까지 들어온 그 벌레들과 한집살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 수 없으니, 그 구멍 난 굴뚝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나서기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와 남편은 이번에도 집수리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소장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중년 남자, 그리고 외국인처럼 보이는 젊은이 두 명이 집에 도착했다. 소장은 시골집 수리는 자신 있다며 아궁이와 부엌, 천장의 서까래를 둘러보며 연신 감탄했다. 앞마당의 동백나무며 탁 트인 풍경까지,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라고 했던 소장은 자재를 옮기고 일의 큰 방향만 잡았다. 실제 벽돌을 쌓고 문을 달고 선반을 고정하는 일은 모두 젊은 외국인들의 몫이었다. 손놀림은 서툴렀고, 익숙하지 않은 동작으로 머뭇거리며 움직였다. 나는 그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슬며시 의심이 들었다.
이번 수리는 굴뚝을 새로 쌓고, 방충망 문을 달고, 창고 안에 선반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하루 종일 바삐 움직이던 그들은 해 질 무렵 짐을 챙겨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남겨진 현장을 둘러보다 그만 화가 치밀었다. 오래된 굴뚝을 허물고 새로 쌓은 그 자리는 멀리서 봐도 엉성했다. 틈은 벌어지고, 벽돌 무늬는 삐뚤빼뚤했다. 아무리 봐도 초보 솜씨였다.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일부러 간섭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화를 키운 셈이었다.
굴뚝만이 아니었다. 튼튼하게 달겠다던 방충망 문은 두세 번 움직이더니 다시는 열리지 않았다. 밀어도 당겨도 꿈쩍 않는 문 앞에서,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어쩔 줄 몰랐다. 결국 뒤로 돌아 뒷문으로 드나들며, 믿고 맡긴 게 후회됐다.
선반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허술하게 마무리돼 있었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처음부터 꼼꼼히 따지지 않은 우리 책임도 있었지만, 실망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시 찾아온 그들에게 이번엔 하나하나 짚어가며 요청했다.
“문은 다시 고쳐주시고, 굴뚝도 제대로 해주세요.”
현장을 둘러본 소장은 굳은 얼굴로 작업을 시작했다. 낯선 이들도 묵묵히 손을 보탰다. 이번엔 전처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조심스레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렇게 하면 어떡해. 똑바로 해야지.”
멀리서도 거슬릴 정도였다.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끼어들지는 못하고, 마당의 풀만 뽑았다. 어색한 공기 속에서도 일은 계속되고 있었다.
여기저기 돋아난 달개비를 정신없이 뽑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소장과 젊은 작업자들이 웃으며 일하고 있었다. 소장은 벽돌 틈을 꼼꼼히 메우는 좀 더 어린 작업자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잘했어. 그렇게 해야지.” 그 손길을 보며, 굳었던 내 마음도 조금씩 풀어졌다.
그들은 타지키스탄에서 왔다고 했다. 먼 나라에서 온 서툰 손길, 흙 묻은 작업복, 헐렁한 장갑. 최선을 다하는 동작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묵묵히 버텼을 그들의 땀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듯, 소장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후만 되면 집에 갈 생각부터 해요. 힘들다고 며칠 하다 그만두기도 하고요. 근데 이 친구들은 끝까지 해요. 요령도 안 부리고.”
담담하게 들렸지만, 어투에는 대견한 마음이 배어 있었다.
처음엔 타박처럼 들렸던 말이 이제는 다르게 들렸다. 서툰 손놀림을 탓하기보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왔다고, 허드렛일이라고, 어린 나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허술한 굴뚝과 문을 보며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 소장과 작업자들 사이의 어색한 공기가 불편했고, 그들의 손끝을 의심했다. 겉모습만 보고, 내 감정을 실어 판단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이 보였다.
나는 땀에 젖은 그들에게 음료와 간식을 건넸다. 젊은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고맙다는 인사가 돌아왔다. 짜증도, 불평도 없는 얼굴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은 익숙하게 들었지만, 타지키스탄은 생소한 나라였다. 그 먼 곳에서, 낯선 언어와 풍경 속에서 땀 흘리는 이들이 더없이 대단해 보였다. 농촌 일도, 육체노동도 외면받는 시대에, 이들의 존재가 고마웠다.
흉물스러운 굴뚝은 단정하게 다시 세워졌다. 세 사람의 땀이 만든 결실은 굴뚝만이 아니었다. 약한 존재를 대하는 소장의 태도에서, 진심 어린 존중을 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