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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일 Oct 04. 2024

생명줄

평온하신가요

오랜만에 찾아왔네요

많이 힘드셨나 봐요

얼굴이 지쳐 보여요

저의 이야길 아시나요

몰라도 괜찮아요

애저녁에 느꼈어요

부디 평온하시기를 바라요

그대의 고통의 범위가

형용할 수 없는 수치라도

결코 실패는 아니었어요

눈을 감으세요

그리고 손을 들어 잡고

마지막까지 남은 후회일랑 내려놓고

천천히 목에 걸어요

눈물은 잠시 삼켜두고

이제 손을 놓으세요

발을 가볍게 두면 끝나요

그전에 제 이야길 들어보세요

결국 평온해질까요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죽음으로 내몰아도

매달리지 않기 위한 발버둥

그 노력을 존경해요

목이 메어 삼키지 못한 알약

쉬이 잠에 들지도 못할 테죠


꼬리가 끊어진 물고기처럼

그대가 바닥으로 가라앉았어도

아무도 알아주진 않았어요

그러니 천천히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만 내려와서 얘기해요

슬픔으로 얼룩진 그대의 얼굴에

피어나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다 알려줄게요

그 아름다움 속에 어떤 것이 보이는지

그러니 제게 눈을 맞춰줘요

시작을 미루고 매듭을 짓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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