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lace 읽고 쓰는 공간 / Editor. Nyeong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 아래의 자리들을 내려다보면서 ‘나도 저 일부가 될 수 있을까, 저기에 앉아 일상을 보내는 기분은 어떨까’를 의도 없이 떠올린 날이 있었다. 정말로 그때는 마음속에 피어난 작은 불씨조차도 없었다. 그저 이런 멋진 도서관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는 모습이 조금 부러웠고, 궁금했고, 멋지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날의 나는 호주가 아니라 유럽의 어딘가로 작은 불씨를 품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6개월 동안 차곡차곡 돈을 모아 다른 어딘가로 떠날 작정이었다. 그 시간은 6개월이 아니라 6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의도 없이 피어오른 생각은 불어온 바람이 되어 불꽃이자 목적이 되었다. 그리고 난 그날의 그 도서관, 그 자리에 앉아있다.
몇 박 몇일의 짧은 여행객으로서 도서관은 시간을 쪼개어 들를 만큼 매력적인 장소가 아니지만, 한동안의 일상을 꾸려야 하는 생활자로서 도서관은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우선 호스텔에는 책상이 없다. 꽤 좋은 호스텔을 예약했다고 할지라도 공용공간에 펼쳐진 테이블이 전부.
그곳에 앉아 있다 보면 해야 할 일을 하기보다는 낯선 이들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한데 어우러져 포커 같은 것을 치고 있게 된다. 그럼 카페에 가면 되지 않을까 – 싶지만 밤 10시까지도 언제나 열려있는 한국과 다르게 호주는 카페가 대체로 3시면 문을 닫는다.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는, 점심이 지나서야 서둘러 짐을 챙겨 나가는데 잠깐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금세 마감을 앞둔 카페 앞을 서성이게 된다. 그럴 때면 구글맵을 켜고 가까운 도서관을 찾는다. 그래도 커피는 마셨잖아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브리즈번에 도착하고 나서 새롭게 알게 된 도서관의 장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심심한 여행객과 생활자 사이에 있는 내게 해야 할 일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브리즈번에 여행객으로서 머문 일주일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 먹고 커피를 마시고 하염없이 걸어 다니는 일뿐이었다.
공원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할 일 없이 앉아 있는 여유로운 하루를 꿈꿨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이내 지루해져 버렸다. 펍에 들러 친구를 만들거나 잔뜩 떠들만한 성격도 되지 못해서, 잠시 호스텔에 들어와 다시 정비를 마치고 해가 지는 시간 즘엔 도서관으로 향했다. 고민 없이, 죄책감도 없이, 의아스러운 눈길 없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장소로.
①퀸즐랜드 주립 도서관 State Library of Queensland
②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State Library Victoria
③ 도클랜드 도서관 Library at The Dock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도서관을 찾는다. 브리즈번강을 건너 뮤지엄과 함께 있는- 마치 하나의 대학건물 같은 브리즈번주립도서관, 일했던 스태프가 처음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방문했던 일들을 기록하는 빅토리아주립도서관, 하버뷰를 두고 한참을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시간을 잊게 하는 도클랜드도서관까지. 몇 자의 감상을 더 적을까 싶다가 이내 거두기로 한다. 사진만으로도 분명하게 다른 이곳에서 그리고 당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감상과 일기를 남겨보시길 바라며.
Local Editor Nyeong 녕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