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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Apr 09. 2018

데일리 드로잉 DAY 61-65

그림 저널

고양이를 입양하고 같이 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동물을 특별히 크게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관련 지식도 없었으며 동물권이라는 개념은 거의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조그만 생명을 들이면서 책임감이란 걸 제대로 알게 되었고, 상대방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헌신하고 사랑을 주는 것이 어떤 것인 지를 많이 배웠다.

애완동물이건 반려동물이건 보통 밥 주고 똥 치워주고 놀아주고 병원비 등등을 쓰다 보면 그에 대한 심리적 보상(?)을 바라는 것 같다. 나를 잘 따르고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나를 좋아해 주길 기대하는 마음? 개를 키우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가능하다기보단 더 쉽게 눈에 보인다고 해야 하나. 내가 사랑을 베풀어주고 개에게 기대하는 절대적 사랑과 복종. 개는 그걸 가져다주더라. 근데 고양이는 그게 잘 안된다. 안된다기보단 굉장히 다른 듯하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데, 

너 좋아라고 한 건데, 

내가 하는 이런 사소한 것도 이해 못 해주는 건지, 

난 너한테 항상 잘하는 데 넌 왜 그렇게 야속한지,

내가 어떤 기분인지 상관도 없는 건지,

너한테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얼만데...


누군가에게 투정 부리는 듯한 말들이지만 사실 모두 나의 반려묘 더스틴에게서 느낀 감정들이다. 고양이는 나의 이러한 마인드가 욕심이고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가장 크게 배우고 있는 건 상대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버리게 해 주는 것. 내가 원하는 걸 상대에게 이해해달라고 억지로 들이밀지 말라는 것. 누군갈 사랑하고 좋아한다면 조건 없이 사랑하라는 것. 이때까지 난 그걸 제대로 모른 채 사람들과 릴레이션쉽을 가져온 것 같다. 남자 친구를 사귈 때나 친구를 만날 때나 친구들,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더스틴은 조금 더 나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이 작은 생명체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고양이는 참 신기한 동물인 듯.




DAY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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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교감하는 원주민 소녀

숲 속에서 동물과 교감하며 세상과 단절하고 엄청난 슈퍼 파워를 지닌 원주민 소녀가 되는 게 나의 판타지.






DAY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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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려고 짐 쌀 때 늘 생기는 일.

케리어를 열고 짐을 챙기려 하면 고양이 녀석이 늘 먼저 들어 가있다.






DAY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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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상대일수록 자유롭게 해 주는 것.

자유롭게 해 줄수록 더 가까워질 것이고 자유를 억압할수록 더 멀어질 것이다.








DAY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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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텃밭에 꽃을 심고 가꿔 보는 게 또한 나의 판타지.









DAY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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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돌보면서 느끼는 기쁨이란.

주는 사랑의 기쁨이 받는 사랑의 기쁨보다 더 크리라 믿는다.


















더 많은 그림을 보러 제 인스타그램으로 놀러 오세요! :)

https://instagram.com/foodiecherry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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