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고객의 문제는 무엇인가? 해결할 가치가 있는가? 지속가능한가?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가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고객(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만들어서 판매까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제품이 기대한 수준에 못 미치거나, 만들어진 것을 팔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비즈니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두고 에릭 리스(Eric Ries)는 <린 스타트업>에서 제품 위험(Product Risk), 고객 위험(Customer Risk), 시장 위험(Market Risk)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켓컬리는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를 위해 밤 11시 이전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 배송해 주는 샛별배송(새벽배송)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느끼는 문제를 정확히 들여다 본 것입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솔루션)을 작은 단위의 제품으로 정의하는 것을 MVP(Minimum Viable Product)라고 합니다. MVP는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최소한의 기능(features)을 구현한 제품으로 '최소 기능 제품'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을 위해 주문 예측 알고리듬 고도화, 풀 콜드체인을 통한 재고/비용관리 효율화 및 품질관리 최적화, 상생 파트너십 정착으로 상품성 극대화, '컬리 온리' PB 상품군 확대 등의 다양한 MVP 설정하여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나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을 명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판매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모두에게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구매하려는 사람(기업)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모두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판매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 수 있습니다.
고객을 정의할 때 나이, 성별, 지역 등 인구통계학적 세분화도 좋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만년필을 좋아하는 덕후들'과 같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로 정의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갖고 있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페인 포인트의 사전적 의미는 불평,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등을 말합니다. 스웨덴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가 좋은 사례입니다. 일렉트로룩스는 청소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부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면밀히 살피고 그 부분을 해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무선청소기는 모터가 아랫부분에 달려 있어 침대 밑이나 천장 등을 청소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일렉트로룩스는 모터의 위치를 본체 상하로 조절할 수 있는 ‘플렉스 리프트’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모터의 위치를 청소 상황에 따라 변경시킴으로써 침대 밑이나 틈새, 천장 청소가 쉬워지도록 한 것입니다. 기술이 아닌 타깃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고객이 되어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30대 여성'은 추상적이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35세 김소영 씨, 맞벌이 가구로 3살 딸이 있는 가구‘는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이처럼 고객을 페르소나(Persona) 단위로 구체화해 보면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메시지를 제시해야 하는지 등이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에서 판매할 수 있어야 하고, 한 번 이상 구입한 고객들이 꾸준히 재구매나 추가 지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장 위험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장 내의 경쟁자, 잠재적 진입자, 그리고 대체재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말처럼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는 대체재가 존재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제품은 없었다'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같은 산업 내에서의 경쟁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 소비를 하지 않아도 그만입니다.
시장 위험에서 비용구조도 따져봐야 합니다. 얼마의 돈과 시간, 사람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돈을 버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고살 수 있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있을 때 사회적 가치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럴듯한 의미만을 내세우거나, 먼 훗날 규모를 키워서 산업을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은 무책임한 가설일 뿐입니다.
<창업의 과학>에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 예비창업자들이 쏟아내는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문제의 질이 낮은 수준의 것들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생산적으로 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습니다. 고객들은 아무런 필요와 욕구를 느끼지 않는데도 이를 검증해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시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것은 문제를 고객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비타민인지, 아스피린인지를 떠올려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을 먹지 않는다고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먹으면 좋기는 하지만 먹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비타민에 해당합니다. 반면 먹지 않으면 아프거나 큰 불편함이 있는 것은 아스피린에 해당합니다. 물론 마케팅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먹게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마케팅에서 고민할 부분입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문제의 질만을 놓고 평가를 해야 합니다.
문제의 질은 전문성이나 지식, 그동안의 경험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년필을 오랫동안 사용했던 사람들이 만년필의 문제를 알 수 있고, 운동화에 깊이 빠져 있는 덕후들이 더 좋은 운동화를 만드는 법입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보도자료나 트렌드 서적에서 제시하는 키워드만으로는 고객의 문제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장하는 산업에서는 평균치의 제품과 서비스가 먹히지만, 성숙된 산업에서는 특정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뾰족함이 선택의 이유가 됩니다. 스스로가 페르소나(Persona)가 되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성공확률이 높은 것이 이 때문입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높다는 것만으로 비즈니스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기술적 요인들이 시장과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등은 정치적 요인 때문입니다. 지난 40여 년간 유지되었던 글로벌에 대한 흐름은 자국 중심의 패권주의로 흐르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원유값과 곡물 가격이 상승했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탈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맞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성장이 대표적입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정점에 달했던 2020년 10월 이후 온라인 유통 결제 금액이 오프라인 유통의 결제금액을 추월했습니다. 그리고 오프라인 결제 금액은 온라인 결제 금액을 단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온라인 이용자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유입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시장이 커지게 되면 가치사슬이 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1인가구 증가가 대표적입니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농촌에서는 과일을 작게 농사짓기 시작했고(1차 산업), 유통과정에서는 소포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2차 산업). 그리고 소비과정에서는 상품의 기능적인 특징보다는 이야기와 스토리, 경험 등을 구매하는 비중이 증가했습니다(3차 산업). 4인 가구 중심으로 판매하던 대형마트는 시장이 축소되는 반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을 제안하고 있는 편의점은 꾸준히 성장 중에 있습니다. CU·GS25·세븐일레븐 편의점 3사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매출을 넘어선 것은 1인가구와 연관성이 있습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들을 앞세운 편의점이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대형마트를 꺾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세상에 나온 지는 70년이 넘습니다. 꾸준히 발전은 해오고는 있었지만 일반일들이 인공지능을 체감할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그런데 챗 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접하면서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해보고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면 관련 산업에 돈이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과 돈이 몰리면 그동안 가능성에 머물렀던 산업은 의미 있는 시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기술을 통해 경쟁의 단계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로 정의한 테슬라가 대표적입니다. 테슬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하는 도구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테슬라가 나타나면서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자동차의 경쟁 단계를 변화시켰습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폰의 OS처럼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업데이트를 하는 개념을 도입한 것입니다.
마커리 셰리든의 <대답만 했을 뿐인데 회사가 살아났습니다>에 카맥스의 사례가 나옵니다. 카맥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중고자동차 소매업체로 고객과 시장의 문제를 해결한 기업입니다.
중고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을까요? 자동차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가 있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아닌지, 시중가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것은 아닌지, 구매한 이후에 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본질적으로 중고자동차를 판매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입니다.
사실 중고자동차 시장은 오랫동안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이전 사용자가 자동차를 어떻게 운행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딜러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고 있는 정보를 이야기하지 않거나 축소해서 이야기한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중고차를 판매하는 딜러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수당이 큰 상품을 팔아 왔습니다. 이런 연유로 중고자동차 판매는 진정성보다는 영업 스킬이 중요한 시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맥스는 90개 항목의 철저한 검사, 고정수당지급, 5일 이내 환불 보장 프로그램, 흥정 없는 가격정책 등을 운영하였습니다.
비싼 차를 팔든 싼 차를 팔든 똑같은 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영업사원들의 소비자들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판매 스킬이 아니라 고객관점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제안해야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고자동차를 구입했지만 실제 이용해 보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또는 구입한 차의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카맥스는 구입한 후 첫 일주일 안에 환불을 신청하면 받아주는 ‘5일 이내 환불 보장제’를 도입했습니다. ‘내가 차를 잘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구매자의 후회를 극복할 수 있었고 5일 이내 환불 보장제로 이 문제를 제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최상의'와 같은 그럴듯한 슬로건은 많지만 실제로 증명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카맥스는 그럴듯한 슬로건이 아닌, 90개 항목에 달하는 차량 검사 시스템을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신뢰감을 높였습니다.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카맥스 차량 이력 보고서를 제공함으로써 의심의 여지를 없애고 구매자에게 확신을 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하자 있는 중고차 구입에 대한 우려를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카맥스의 사례를 통해 생각해볼 것은 사람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해나가고, 이에 대한 내용을 홈페이지,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구매자들의 두려움, 걱정, 우려사항, 의문점, 이의제기에 충분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무시해버리거나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곤 합니다. 그런데 고객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1. 아이디어가 비즈니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제품이 기대한 수준에 못 미치거나, 만들어진 것을 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두고 에릭 리스(Eric Ries)는 제품 위험(Product Risk), 고객 위험(Customer Risk), 시장 위험(Market Risk)이라고 했습니다.
2. 비즈니스의 출발점은 고객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으니까 시작하는 것은 정답을 정해놓고 이에 맞는 문제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질문이 좋아야 답변도 좋은 법입니다. 문제의 질이 높아야 솔루션의 질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3. 문제의 질은 전문성이나 지식, 그동안의 경험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객을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해야 할 구체적인 대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스스로가 페르소나(Persona)가 되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에 성공확률이 높은 것이 이 때문입니다.
4. 외부환경도 영향을 미칩니다. 정치적인 요인은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경제적인 요인은 가치사슬을 변화시킵니다. 사회적인 요인은 수요를 변화시키고, 기술적인 요인은 경쟁의 단계를 변화시킵니다.
5. 고객과 시장의 문제를 해결한 기업으로 카맥스를 들 수 있습니다. 카맥스는 90개 항목의 철저한 검사, 고정수당지급, 5일 이내 환불 보장 프로그램, 흥정 없는 가격정책 등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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