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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y Jun 19. 2023

나는 유연하게 살기로 했다

변화가 빠른 시대의 필수 역량

2022년 6월 17일, 마지막 출근을 했다. 

더 이상 내 하루의 시간과 돈을 바꾸며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내 남은 긴 인생을 책임져줄 것 같지 않았다. 조금은 안정된 생활이 불안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불안정한 길을 택했다. 


그 후, 1년 2022년 6월 17일 아침 인스타에 글을 썼다.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퇴사 후 1년 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써 내려갔다. 


첫 번째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직장인의 루틴과 습관이 참 무섭다는 것이다. 

꼬박꼬박 25일에 나오는 월급이 아쉽고 쉬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연차나 그 외 회사의 복지가 그리웠다. 10여 년 동안 일하던 습관은 회사를 나왔음에도 직장인 시야를 버리지 못하고 직장인 습관과 루틴으로 스스로를 불안하게 했다. 마치 새장의 문이 열렸는데 나오지 못하는 새 같았다. 자유로운데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느낌. 

나는 프리하지만 프리하지 못했다. 9 to 6에 무엇인가 하기 위해 책상에 앉는 날들이 일쑤였다. 주어진 나의 24시간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썼다. 


두 번째 나는 나의 가치를 돈으로 매길 수 있는 힘이 있나? 

직장을 나오면 일 중심이 아닌 회계의 논리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어떤 일을 하던 일이 먼저였다. 그래서 늘 돈은 궁하고 힘은 들었다. 내 가치를 얼마로 매겨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회사를 나오기 전에 처음 한 일은 3일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고정수입을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에 하던 일을 3일 출근해주고 하기로 했다. 월, 화, 출근으로 정했다. 내 일은 하루하루 딱 떨어지는 일이 아니다. 주 3일 출근하지만 그냥 2일은 재택근무 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일을 할 거면 아예 회사를 들어가서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딱 한 달 뒤 그 일을 내려놓고 나왔다. 안정적인 것이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여유를 갖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나온 이유를 잊고 나는 다시 직장인이 되었을 뿐이었다. 직장인을 나와 다시 직장인이 되어보고 또 내려놓고 그리고 22년 4월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던 코칭 수업을 듣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MI(My Identity)을 개발하고 진행도 해보고 그리고 이후 종종 들어오는 강의를 했다. 미친 듯 본 드라마 또 보고 또 보고 파리 여행도 다녀오고 가족여행도 다녀오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능동적인 듯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 


세 번째는 항상 양자택일로 선택하던 버릇이 나의 시야를 좁게 했다. 

회사는 전쟁터고 나오면 지옥이라는 말을 공감했다. 회사의 소속 없이 오롯이 내 두 발로 서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겁나는 일인지도 알았다. 회사를 나올 때는 나와서 해야 할 것들이 명확하다고 생각했고 시간을 엄청 잘 쓸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명확했던 것들을 꺼내 놓으려고 하다 보니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게 없고 내 생각대로 진행되는 일도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방황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했던 10여 년간의 중국 이커머스 전문성으로 무엇인가 하려 했다. 그것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나는 양자택일이라는 기로에 서서 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다. A 아니면 B 밖에 없는 것은 아닌데.. 늘 이런 두 가지로만 선택을 했던 게 습관이 되었던 것 같다. 


일 년이 딱 되고 나서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다. 양자 택일하는 세상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 다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나는 멈춰있지 않았고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고민했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행했다. 그것들은 아직 모두 점일 뿐 이것을 이어 선이 되고 면이 되면 분명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나온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대부터 무엇이든 경험에 가치에 의미를 두고 돈을 투자했던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과거로 돌아가 나의 행적들을 곱씹어보니 나는 모든 경험이 나의 콘텐츠임을........ 그 경험들은 결국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일 년의 시간은 나에게 꼬-옥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곤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좀 더 유연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단정 짓지 않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깊어져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해 내고 경험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일은 나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떤 성향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해봐야 안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창업하기 좋은 시기라는 말을 나와서 생존에 부딪히며 세상을 바라보니 우물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선택의 결정들은 하지만 좀 더 유연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들을 나누고 싶었다. 1년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하며 이 고민은 나만의 고민이 아닌 모두의 고민이라는 것을 안다. 


불안이 안정인 시대이다. 세상에 오롯이 내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안정의 상태가 되진 않을까?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필수 역량은 유연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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