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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y Jul 07. 2023

활짝 열린 새장 속에 갇힌 이유를 발견하다.

어디로 날아가야 하나요?

셀프 코칭을 했다. 전문코치가 되고 나서 내 삶에도 적용해서 생각 정리를 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는 방법이다.


오늘의 셀프 코칭 이슈는 올해의 목표에 대해서이다.

나는 매년 초, 아니 지난해 11월부터 새해의 계획을 세운다. 1번부터 10번까지, 딱 7월 초가 되기도 했고 절반을 살아온 상반기 점검을 할 겸 앞으로 남은 6개월은 정말 후회 없이 살아보겠노라. 다짐하며 스스로의 점검을 위해 올해 목표에 대한 질문을 했다.


'올해 초에 세운 목표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헉;;;; 생각이 나질 않았다. 누구보다 목표가 뚜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올해의 다이어리 맨 앞장을 폈다.

~하기, ~하기 10가지의 ~ 하기였을 뿐이었다.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했다. 연말이 되어서는 했다/ 안 했다의 평가 밖에 할 수 없고 그저 나는 이 많은 ~하기 중에 몇 개를 했다고 체크표시나 줄을 그으며 뿌듯해할 모습이 그려져서 부끄러워졌다.


올해의 목표가 뭐였고 잘 가고 있는지 체크할 생각으로 올해 목표라는 셀프코칭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많은 ~ 하기들은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인지 일관성도 없었고 목표라고도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퇴사를 하고 나서 그래도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 책을 다양하게 많이 보는 편이다. 이번주에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작년부터 코칭을 시작하면서 질문의 강력한 힘을 너무 잘 알기에 이 책의 심플하지만 핵심 질문이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1. 미션은 무엇인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2. 고객은 누구인가?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3. 고객 가치는 무엇인가? 그들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4. 결과는 무엇인가?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5. 계획은 무엇인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직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개인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문득 이 책의 내용이 떠오른 것이다. 망치로 세게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나는 도대체 1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나의 미션이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을 한 적이 없다.

나는 한동안 셀프 코칭을 잠시 멈추고 이 당황스러움을 다시 곱씹으며 천천히 생각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나는 매년 목표를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나는 안전한 그리고 안정된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어떤 방향성에 대한 큰 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 회사는 당연히 가야 하는 곳이라고 이직은 하더라도 회사를 떠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늘 매년 목표를 세운답시고 요가 자격증 따기, 비건 베이킹 배우기, 해외여행 ~ 가기.. 이런 식의 회사 이외의 것들 중 평상시에 하고 관심 있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나열하기만 했던 것이다. 이것을 한 번도 왜 하는 거지?라는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자연스럽게 아무 생각 없이 관성처럼 해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올해 써놓은 TO DO LIST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어디를 향한 계획인가?라는 질문에서 나는 말문이 막혀 버린 것이다.


행동의 이유와 존재의 목적.. 이게 방향성이고 가장 중요한 나의 나침반임을 어리석게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때도 ‘이건 왜 하는 거지?’,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이지?‘라는 질문은 하면서 가장 중요한 나의 인생에 미션을 잊고 살았다니>_<


올해 하려고 했던 유튜브를 하려고 하고 리테일 관련 책을 쓰려고 하고 이러한 ~ 하기들이 무엇을 위해 하려고 한 것인지? 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새장의 문이 활짝 열렸음에도 내가 날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물론 새로운 세상의 낯섦이 두려워서 일 수도 있지만 도전 정신은 옵션으로 있는 나에게 낯섦이 그저 두려운 대상만은 아니었다. 동시에 설레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에게 시작이 어렵지만은 않았다. 스스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결과 사실 나는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장에 문이 열렸지만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렸던 것이었다.


2018년 8월, SM엔터테인먼트를 퇴사하고 처음으로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여행을 갈 땐 항상 정해준 걸 따라다니던 성격이라 혼자를 갔음에도 나는 숙소만 정해놓고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갔다. 그때 공항에서 20분을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숙소를 가고 싶지 않았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버스 정류소에서 한참을 공항버스 노선을 봤었다. 딱 그때의 마음이 떠올랐다.  


매우 큰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나의 미션과 방향성은 없었던 게 아니다. 늘 마음 한켠에 있었는데 한 번도 꺼내지 않아 덮여있었던 것이다. 나는 마음속 덮여 있던 나의 나침반을 차분히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적었다. 그리고 나는 남은 6개월의 계획을 방향에 맞게 목표를 다시 설정하고 TO DO LIST를 작성했다.

이제는 새장에서 나와 날갯짓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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