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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y Aug 11. 2023

사람 여행

만약,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면?

만약,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면 무엇을 하고 살고 싶나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이 살아온 얘기도 듣고 하는 일에 대해서도 들으며 그렇게 사람여행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술은 아니고 늘 밥은 내가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을 할 때는 계획형이지만 철저히 후천적으로 부모님의 성향,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인 것 같다. 일 외에는 완전 비(非) 계획적이다. 세상에서 검색하고 찾는 게 젤 귀찮고 싫다. 나는 딱히 가리는 것도 없고 취향이라고 하는 게 별로 없는데 상대가 취향이 확실하면 어차피 내가 골라도 맘에 들어하지 않을 거고 어차피 답정너인 사람들이 많아 그냥 선택을 상대에게 미루는 편이다.


SM을 퇴사하고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공항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30분을 방황하다가 결국숙소 방향으로 선택하고 전에 가봤던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숙소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여행을 가도 나는 랜드마크 찍고 사진 찍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 자연이 아니고선 거기에선 감흥이 별로 없다. 나는 같이 간 사람과 나눈 이런저런 얘기, 그날의 날씨, 그날의 바람 등을 기억한다.

그 나라에게서 맛집을 찾지도 않는다. 길거리에 지나가다 먹는 것 만으로 현지인들이 사는 그 공간에 내가 함께 어울려 있다는 게 좋을 뿐이다.

가는 여행보다 나는 낯섦을 좋아하는 것 같다.

새로운 걸 보는 걸 좋아하니 그저 돌아갈 집이 있고 낯선 동네에 가서 간판을 보고 골목을 다니기만 해도  설레고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사실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건, 사람을 만나 살아온 인생에 대한 얘기, 타인의 관점과 가치에 대한 것들을 듣는 일이 너무 재밌다. 다르면 달라서 좋고 비슷하면 공감돼서 좋고 이야기를 따라 상상하다 보면 정말 그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눈앞에 마치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번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는 한 달 동안 사람여행을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평상시에 잘 만나지 못했던 사람도 회사 근처로 가서 짧고 강하게 밥 먹고 커피를 마시고 참 좋았다.

에너지가 가득 차는 하루하루고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나를 돌아보고 나니, 경제적 자유를 누렸을 때 내가 하고 싶다던 일이 왜 사람들에게 마음껏 밥을 사고 싶다는지 이유를 알았다. 인간을 무지무지 사랑하고 애틋해하는구나. 진짜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 누나, 동생 ㅎㅎㅎ


앞으로도 나의 인생에 좋은 인연이 많이 생기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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