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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y Aug 11. 2023

경험으로 배우는 실용서_1장

이커머스의 생태계 이해와 운영 시스템

8월 1일부터 이커머스 사업을 하는 전 직장 동료의 회사에서 고객지원 업무를 6개월 동안 하기로 했다.


이 일은 해당 업무를 할 만한 사람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서 시작되었다. 고객지원 업무는 말 그대로 CS 및 운영에 전반적인 일을 서포트하는 업무다.

시간도 10시부터 5시 30분까지 근무조건이 나쁘지 않아, 주변에 육아를 하는 경력단절 언니 몇 명에서 이 포지션을 제안했다. 어린이집 보내고 하기 딱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응은...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업무가 루틴하고 고객서비스가 감정 노동이 더 힘들어서 스트레스받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아!! 양자택일이 선택만이 답이 아니라면? 내가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나는 현재 중국 회사로부터 중국 상품을 한국에 팔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던 상황이고 사실해보고는 싶은데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던 찰나였다. 전 직장이 이커머스 회사에였지만 글로벌 업무다 보니 잘 정리된 숫자 및 대시보드나 볼 줄 알았지 실제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했다. 배우고 싶었다. 한국의 돌아가는 이커머스 생태계를 알고 싶었다. 작년에도 중국 제품을 소싱해서 팔아볼 생각이나 샘플로 받아보고 시작조차 하지 않았었다. 이번에 상품은 확실하니 해볼 만했다. 나는 고객지원 업무가 필요한 이 친구 회사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협업 방식만 잘 짠다면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오히려 그녀에게 제안했다.

"제가 이 일을 해보고 싶은데요, 하지만 저는 지금 저의 일을 하고 있어서 함께 병행하고 싶습니다. 다만 당연히 회사의 업무가 먼저고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테지만 만약, 업무시간에도 해야 할 업무를 다 하고 시간이 남을 때마다 저의 일을 해도 괜찮을까요? 저는 6개월 동안 CS관련 및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매뉴얼 제작, 채용 및 인수인계까지 만들고 나가겠습니다. 혹시 지금 면접을 보실 분이 있으면 충분히 다른 분도 만나보세요. 지금 회사를 키워나가는 단계니 장기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이 하시는 게 맞습니다. 충분히 고민하고 말씀해 주세요!"


내가 줄 수 있는 것!, 일 수행 능력, 누구든 할 수 있게 만드는 매뉴얼 작업, 적합한 채용, 전반적인 서포트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사무실 사용, 함께 할 수 있는 동료, 이커머스 산업에 대한 현장 실습, 사업 운영 학습


그녀는 기꺼이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나는 그녀를 최대한 서포트하면서 일도 배우고 그녀의 사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을 시작한 지 벌써 2주가 되었다.

짧은 후기를 나눠보자면, 나는 일을 시작한 동시에 시간을 두배로 활용하여 쓰고 있다. 혼자 일할 때 보다 일의 능률측면, 시간의 활용도 측면에서 두 배의 생산성이 생겼다. 6개월이라는 제한 시간이 생긴 후로 모든 액션이 빨라졌으며 월별 목표도 뚜렷해졌다. 9월 초까지 중국 제품을 팔기 위한 이커머스 세팅을 마치고 직접 판해해 보는 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요즘 루틴은 월, 수 새벽 요가를 가고, 매일 출근 한 시간 전에 와서 내 일을 하고, 화요일 저녁 테니스를 배우고 수요일 저녁에는 코칭 수업을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사람을 만나거나 내 일에 몰입하는 시간으로 갖는다. 그렇게 숱한 날 고민하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나는 정말 MBTI의 극 E형이다. 에너지가 외부로 흐르고 있어, 혼자 집에 있으면 병이 난다.

에너지 100을 써내야 다시 고스란히 100%으로 채워지는 사람이다. 혼자 외로움의 시간들이 힘들었나 보다. 같은 공간에 일하는 동료가 있고 점심도 같이 먹고 소소하게 잡담도 하며 이제 사람 속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를 쪼개서 살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년 2월에는 각각 다른 업종의 프리랜서 3~5명 모아서 사무실을 하나 구해야겠다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뭉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2주밖에 안됐지만 사업의 확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올해 2월에는 오프라인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의 사업을 한 달간 도와준 적이 있다. 오프라인의 수익의 한계성을 내 눈을 보았다. 테이블 개수가 제한적이라 하루에 낼 수 있는 최대의 매출과 최소의 매출이 극적으로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지금 온라인 사업을 보면서 확장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즉각적인 고객의 반응을 살피는 일이 정말 나중에 사업할 때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소중한 경험과 진짜 인생 공부다.

실용학문을 현장에서 배우는 느낌이다. 무엇인가 배우고 있는 이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잘 배워서 잘 써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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