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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시스템으로, 집은 감성으로만... 괜찮은 걸까?

이성과 감성의 줄다리기 in 가족 안에서

by 위드리밍

오늘 새벽 문득 팀의 리더였던 시절이 스쳤다


당시 나는 주어진 업무는 확실하게, 그리고 보상도 확실히(필요할 때 휴가는 가야 한다. 잘 쉬어야 다시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주의)

공과 사를 명백히 구분하며 일에서 벗어나선 개인적인 사정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그래도 꽤 따뜻하려 노력했던 리더였다 생각한다.(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ㅎ)




당시 그 시스템을 만들었던 계기는

워낙에 빠르게 돌아가는 스타트업의 환경이었고 각 담당 PM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전담해서 운영하고 책임을 져야 일이 진행되는 구조였다.


다행히 이 시스템은 사회 첫 초년생 시절부터 온/오프로 배워온 BM의 역할이 크다.

나는 신입 마케터로 입사한 후, 탑차 영업 5개월을 거친 후 본사의 캔디 담당 BM이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15년 전 당시 신입사원에게 몇 개의 브랜드가 맡겨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통은 ABM(Assistant brand manager)를 거친 후 BM이 되는 수순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첫 회사가 오래된 중견 기업이다 보니 시스템 자체가 워낙 잘 되어있어서 신입이 BM을 맡아도 선배들과 팀장님들이 잘 케어해 주는 내부 시스템과 인적 시스템이 강했다. (아웃 오브 안중, 신입 혼자 독박쓰는 스타일이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그나마 각 PM들의 담당 프로덕트들은 꽤 순조롭게 잘 만들어져 갔다.

문득 그때 그 시스템이 뇌리를 스쳤다.



지금 우리 집이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를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인지한 계기는 바로 어제 최민준 님의 강의, 그리고 《 나는 오늘도 너에게 화를 냈다. 》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의 나의 육아 캐릭터가 <과잉 존중>이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왜 나는 그동안 집에서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을까

늘 가족 안에서의 나는 '감성'이 주를 이루는 나이자 '엄마'라는 역할의 캐릭터였다.

물론 육아와 성장은 사회생활과는 조금 결이 다른 영역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자신이 배워야 할 역할을 배우고 사회에 적응하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건강한 어린이로 자라게 하는 일이 어린이들의 임무이자 '일'인 것이다.

과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주었을까를 떠올렸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일들이 사회에서는 당연한데

유독 집에서만큼은 그 부분이 간과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이라는 이유로 당연한 사회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바로 집이다.


그간의 나의 육아 마인드는 '돌봄'에 불과했던 것 같다.

'일'의 개념을 적용하지 못했다. 권한과 책임을 가정에서부터 분명하게 배웠어야 했는데,

이 부분을 간과했음을 깨닫고 많이 부끄러웠다.


가족 내에서 '엄마'라는 역할은 늘 언제든 돌아오면 다정히 안아주는 '품'이라는 정의가 강했다.

그래서 언제든 '우리 가족 힘들었지?'라며 받아주는 따스한 엄마 품.

하지만 가족 내에서 가족을 건강하게 지키는 '엄마'의 역할은 단순히 '품'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다.

때론 '악역'이 되어야 했다. 해야 할 일, 이성적인 영역과 마음, 감성적인 영역을 분리하고 구분하는 것 가정 내에서도 외부, 회사, 조직에서처럼 이성과 감성의 줄다리기를 계속해야 함을 뒤늦게 절실히 깨달아가고 있다.


우리 가족을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느꼈다. 우리 가족을 건강하게 지키는 시스템을 조금씩 만들고 싶다.

어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만남들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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