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건 사회생활을 하면서였어요. 그 전에는 1년에 베스트셀러 한두 권을 겨우 읽을 정도로 책과 친하지 않았어요.
첫 사회생활. 제약회사 인턴을 시작하면서 이런 게 '스트레스'라는 건가?라는 느낌을 인생 처음 받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읽었던 책이 바로 '청소부 밥'입니다. 그 책은 여러 번 중고서점으로 팔릴 위기를 잘 이겨내고 책장 중앙에 고이 모셔진 아이예요.
그 책을 계기로 저는 길을 잃을 때마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책도 마치 음악과 같아요.
음악을 들을 때면 그 음악을 처음 접했거나 한창 들었을 때의 감정과 공기, 그 온도까지 모두 온전히 되살아나곤 해요. 책도 마찬가지로 그 책을 읽었던 시기와 상황을 겪었던 감정과 분위기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4년전곧 다가올 복직을 앞두고 태어난 지 10개월 된 첫째 아기의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아이를 맡기러가는 길엔 공원이 있어서가을과 겨울의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어요.
옛날 어느 책에서 읽은 글이에요.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는 친구와 어울려라. 그러면 인생이 조금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보일 것이다.
덕분에온전히 계절을 즐겼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에 이런 시절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매일 그리고 충분히 즐기고 기록으로 남겼어요.
그리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면 공원 안에 있는 도서관으로 갔어요. 그때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하루 종일 아이가 요구하는 대로의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유일하게 아이와 떨어져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때 도서관 안 책장 사이로 비추던 따스한 햇살이 아직도 기억이 나곤 해요.
당시 계절과 책을 충분히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그때 충전된지식과 에너지, 책 읽는 습관이자양분이 되어 복직한 후에도 19년, 20년, 21년 매년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전 마음이 힘들 때마다 도서관에 갑니다. 그리곤 글쓰기나 독서로 작은 성공을 하려 노력해요.
그리고 22년 지금은 분명 제게 다시 힘든 시기예요. 특히 예민한 기질의 첫째 아이와 백일 신생아를 겨우 벗어난 둘째 아기를 돌보느라 24시간을 분. 초 단위로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체력도 마음도 허기가 느껴집니다.
며칠 전 첫째등원 후, 둘째 유모차를 끌고 집 근처 도서관에 갔어요. 첫째 때는 육아에 온전히 올인하다 보니허기지고 외로운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을 찾곤 했었다면이번엔 좀 달라요.
제가 엄마라서 가능한 일들.
휴직으로 인해 '시간'이 주어졌고,
제가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덕분에 몸은 바쁘지만 머리로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점
'경제적 자유'와 '파이어족'에 대해 고민하며 제 시간을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시간, 아이들, 투자 =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
이 모든 게 제 자식입니다.
육아와 투자를 보다 더 멋지게 해내고 싶어서 책을 가까이하고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히스토리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획자와 마케터로 오랜 시간 일하며 히스토리 파악과 데이터 인사이트, 그리고 기록이 늘 중요했어요. 그리고 최근육아와 투자 공부를 병행하며 느낀 건결국 투자도 육아도 인생의 원리는 모두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줄리는 기억력이 좋네!!"
UX팀 리더로 일하며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에요.
제가 주관하지 않은 회의에서도 모든 회의록을 도맡아 기록하고 공유하며 쌓은 스킬인 글쓰기와 기록하는 일. 제가 가장 잘하는 능력을 이제 제 자신과 우리 가족을 위해 쓸 시간이에요.그래서 죽어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어요.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경험을 기록하기 위해서요.
기록은 내 경험이 되고 곧 지식이 되어 내공이 됩니다.
비록 오늘도 육아로 많이 지쳤지만 지금을 최대한 온전히 즐기고 기록하려 해요. 훗날 오늘의 기억과 기록으로 분명 도약하는 날이 있을 테니까요.
지금 오늘의 이 시간은 과거의 나 또는 미래의 내가 분명 그리워할 시간이다.
올해 초에 했던 다짐이 조금 흔들려 마음을 잡기 위해 오랜만에 쓴 글입니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