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은 수연에게 그다지 다정하지 않았다.
기억도, 이름도 없던 갓난아기의 시간들.
수연의 삶은, 그저 견딘 날들의 축적이었다.
수연이 태어나고 이어서 연년생 동생이 태어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건 젊은 엄마, 어린 수연,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난 남동생...
수연의 엄마는 갑자기 떠난 아빠를 대신해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두 아기를 앞뒤로 업고선 어디에서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동생이라도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엄마는 갓 태어난 남동생을 누군가에게 입양 보냈다.
수연은 아빠도 동생도 그때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밤 엄마가 혼자 울며 중얼거리던 말은 기억한다.
"그때~ 그냥 다 같이 세상을 떠났더라면..."
어린 수연은 그 말이 엄마가 너무 힘들어 말한 걸 알면서도 마음 어딘가가 쿡 찔리는 듯아팠다.
일곱 살 무렵.
수연은 엄마가 일하는 식당 앞마당에서 혼자 자갈을 줍고 있었다. 엄마는 가게 안에서 허리를 굽히며 접시를 나르고 있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수연에게 다가와 말했다.
"수연아, 내일부터 이 아저씨랑 살 거야.
아저씨한텐 예쁜 딸이 하나 있어."
수연은 고개만 끄덕였다.
수연이에게 '가족'이라는 말은,
그때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새아버지는 조용하고 낯설었다.
그보다 더 빨리 익숙해진 건 술과 담배 냄새였다.
집 안은 늘 담배연기와 술이 뒤섞인 냄새로 가득했다.
엄마와 수연.
두식구에서 네 식구가 되었지만, 좁은 단칸방은 그대로였다.
좁고 추웠고, 가끔은 숨이 막혔다.
"왜 이렇게 조용히 있어, 수연아?"
엄마의 그 말에 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있는 게 더 안전한 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수연은 자신을 '딸'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을 잃었다. 엄마는 늘 일하느라 피곤했고, 새아버지는 말이 없었고, 그 집에서 딸이라는 자리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밤이면 수연은 자주 꿈을 꿨다.
누군가 자신을 다시 데려가 주는 꿈.
아무것도 묻지 않고 손을 잡아주는 꿈.
엄마와 단둘이 마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꿈.
하지만 아침이 되면, 수연은 여전히 그 작은 방,
술과 담배 냄새 가득한 곳에 있었다.
"태어났지만, 환영받지 못한아이."
그 말은 수연이 마음 안에서 불쑥불쑥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