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가족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두 사람은 오래 망설였다.
둘은 많은 대화와 셋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갖었다.
서로의 과거와 현실이 가볍지 않았기에
‘함께’라는 단어가 더 깊고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마음은 명확했다.
“같이 살아요. 평생.”
진우의 그 말에 수연은 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끄덕였다.
형편상 결혼식은 하지 않기로 했다.
화려한 예식장은 필요 없었다.
대신, 두 사람은 신중하게 발품을 팔아 고른 드레스와 턱시도로 멋진 스튜디오에서
웨딩촬영을 하기로 했다.
사진 속 수연은 살면서 가장 환하게 웃고 있었다.
드레스 자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릴 때 진우의 손이 단단하게 수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 순간 수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내가 살면서 처음 느끼는 ‘안전한 품’이구나.
촬영을 마친 뒤 둘은 제주도로 현수를 어머니께 맡겨두고 단둘이 신혼여행을 떠났다.
푸른 바다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바람은 부드럽게 뺨을 스쳤다.
바닷가를 걷다가 수연이 말했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을 기억할 거야.”
비록 앞으로 남의 아이를 키우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미래의 무게도 두렵지 않았다. 수연은 진심으로 느꼈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지금이라고.
그렇게 두 사람은 아니 세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새로운 가정을 만들기로 했다.
진우는 첫 번째 결혼 당시 신혼집으로 장만했던 24평 아파트에 현수와 어머니 이렇게 셋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현수를 돌봐주느라 함께 계셨던 거고 수연과 진우가 가정을 이루면서 본가로 가셨다.
그 빈자리로 수연이 들어왔다.
처음 그 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수연은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
넓은 거실, 따뜻한 조명.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평범한 아파트 단지 풍경.
그 모든 게 수연에겐 기적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 아파트는 진우가 전처와 꿈을 꾸며 마련한 집이었다. 하지만 수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집마저도 수연에겐 과분했다.
어린 시절부터 늘 전전하던 좁은 방과 낡은 건물들 속에서 살던 그녀에겐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것이었다.
밤이 되면 거실 불을 끄고 셋이 소파에 앉아 TV를 봤다. 현수는 아직 어색한 듯 수연 옆에 앉았지만 가끔 무심히 어깨에 기댔다.
그럴 때마다 수연의 가슴은 조심스럽게 벅차올랐다.
‘이게… 가족이라는 거구나.’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피할 수 없는 재혼가정의 어려움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무게가 서서히 조용히 세 사람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