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엄마!
나는 오래도록 엄마를 미워했었어.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의 눈빛이 두려웠고
엄마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지는 거 같았어.
왜 나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왜 나는 늘 엄마에게 상처받아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저 엄마가 밉기만 했어.
그런데 이제 알 거 같아.
엄마의 그 거친 말속에도
사랑이 있었다는 걸.
엄마의 손끝이 날 밀어내던 날들조차
그게 결국 나를 지키려던 엄마의 몸부림이었다는 걸.
이제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어보니
엄마가 조금은 보이는 거 같아.
혼자 아이를 키우며
먹고살기 위해 매일 몸을 던져야 했던 여자.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고
홀로 세상과 맞서야 했던 여자.
그 여자는 나의 엄마였고,
이제는 나이 든 나와 꼭 닮은 연약한 여자였어.
엄마!
우리는 참 많이 싸우고
참 많이 울었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시간들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온 길이었나 봐.
엄마가 나를 미워하던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싸우고 있었던 거였다는 걸,
나는 이제야 이해할 거 같아.
이제 엄마의 전화벨이 울리면
두렵지 않아.
그저 반갑고 엄마가 내 곁에 있음이 감사해.
엄마의 밝은 목소리,
“딸, 우리 딸!” 하는 그 한마디에
퇴근길 하루의 피로가 풀려.
엄마
이제 나는 엄마의 삶이 자랑스러워.
누구보다 강했고,
누구보다 성실했고,
누구보다 사랑이 깊은 여자였어.
엄마,
이제는 나도 엄마처럼 나이가 들어가.
주름이 하나씩 생기고 흰머리가 한가닥씩 올라오고
몸이 아파오면 그때의 엄마가 자꾸 떠올라.
이제야 알겠어.
엄마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그럼에도 버티며 웃었던 엄마의 강인함을.
엄마!
이제는 매일 엄마가 고맙고, 감사해!
내가 태어나 엄마의 딸이 된 건
참 행운이었어.
엄마의 인생이 내게 준 고통은
이제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엄마의 눈물이 내 안의 사랑이 되었어.
엄마,
그동안 참 고생 많았어.
엄마 딸로 태어나서 나 참 행복해.
이제 남은 시간엔
그저 편안하고 따뜻한 햇살 아래서
웃으며 지내자.
내가 평생 엄마에게 등을 내어드렸듯
앞으로도 내가 엄마의 손을 꼭 잡아줄게.
우리 다시는 아프지 말자.
엄마 사랑해.
정말 많이, 아주 오래도록.
– 딸 은정 드림-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간다.
때로는 미움으로, 때로는 눈물로 얽히며
결국 사랑으로 돌아가는 존재들.
이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 한켠
오래 묻어둔 ‘엄마’라는 이름을 살며시
쓰다듬어 주길 바랍니다.
오늘, 그녀를 조금만 더 따뜻하게 불러주세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