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밤 이야기 에필로그
[꽃별 작가님]
나는 늘 ‘쓰는 삶’을 꿈꾸지만, 막상 일상을 살다 보면 글쓰기는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 챌린지는
“그래도 한 번 써보자, 너는 쓸 수 있다”라고
말해 주는 기회였다.
정말 잘 쓰지 않아도, 완성되지 않아도, 일단 한 번 올려보자는 마음으로 키보드 앞에 다시 앉게 된 것도
이 챌린지 덕분이다.
혼자였다면 또 미루고 말았을 시간을,
‘함께 쓰는 기간’으로 붙잡아 준 챌린지라 더 고맙다.
이 브런치 챌린지가 있어서, 나는 여전히 쓰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이어갈 수 있다.
챌린지를 이끌어준 은나무 작가님,
함께해 준 여러 작가님들께 감사드린다.
[정윤 작가님]
결국, 나를 구원하는 건 나였다.
두 살 터울의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하루하루가 버겁게만 느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원해서 낳았고, 예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매일매일 왜 그리 정신 나간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목놓아 울었던지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아니라 조용히 몸집을 키워가는 불씨처럼 우울이 제 깊은 곳에서 조금씩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을 때. 별밤을 만났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고 지지해 주시는 대표님과 그간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글을 엮어 전자책을 출간했고, 그걸 계기로 브런치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간 써오던 것과 다른 온도의 브런치에 좀처럼 적응이 어려웠고, 그때 다시 별밤과 은나무 작가님이 손을 내밀어주셨습니다.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라 그런지, 저는 세상의 모든 노래 가사가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를 적어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길고 지지부진하며 세상 모든 굴곡을 떠안은 애틋함이,
어찌 부모자식 간에 존재하지 않을까요.
글을 쓰며 저의 삶을 돌아보았고, 저와 아이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오래 글을 썼지만, 그보다 더 오래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한층 더 깊이 깨닫습니다.
글을 통한 치유. 나에게 건네는 구원의 손길.
그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요.
나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놓는 것만이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나의 삶을 오롯이 반추하는 방법이라는 것을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겠노라 다짐합니다.
저의 글이 나 자신에게 건네는 구원을 넘어,
언젠가 제 아이들에게 닿을 손길이 되는 그날까지.
좋은 기회에 좋은 분들과 함께 자리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은혜 작가님]
글쓰기는 치유다
2024년, 별밤 출판 대표님을 만나 모녀 관계를 다룬
『엄마도 딸이란다』 전자책을 발간하며
브런치 작가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개정판 두 편을
브런치북으로 발행하고
연재를 이어오면서 제 안의 변화가 한층 선명해졌습니다.
첫 책에서는 엄마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두 번째 책 『딸의 해방일지』에서는
엄마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글에서는
스스로 서는 ‘자립’을 분명히 느낍니다.
제가 달라지기 시작하자
중년 부부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했습니다.
이혼, 별거, 졸혼 같은 단어들로 설명되는 관계의 위기가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자신으로 다시 서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관계의 형태보다
‘나의 자립’이라는 본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모녀 관계 전문 작가로 나아가려 합니다.
제 이야기가 많은 딸들에게 닿아
그들의 삶에 작은 힘이 되기를....
[로미 작가님]
'혼자서 꾸준히 해내기'는 참 힘들다.
그중 글쓰기가 내게 그런데 이유도 다양하다.(사실은 변명)
우선 내 글이 엉망인 것 같은 느낌에 쓰다가 망설인다.
결국 그 글은 저장. 발행은 꿈도 못 꾼다.
“내 이야기는 너무 평범한 것 같아. 소재가 없는 것 같아” 하다 엉뚱하게도 새로운 경험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진다.
사실 나는 못 써낼 줄 알았다.
왜냐하면 처음 기획했던 내용은
'100년 전 여성들의 삶'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의 100년 전 소설을 읽고, 그 소설 속의 시대상을 보며 여성의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다.
쓰다가 지우고 쓰다가 지우고..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너무 거창해서 써내지 못했다.
실패에 크게 좌절. 한동안 미련이 남다 이내 잔잔해졌다. 시선을 돌려보니 ‘진짜' 내가 보였다. 그래서 다행히 나는 글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나는 ‘완벽함만 추구하다 아무것도 못 만들어내는
나의 이 예민’을 떠올렸다.
이 몹쓸 완벽주의는 어디에서 오는지.
왜 나만 유난인지 왜 나만 유난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6살 아이를 키우며 6살 내 어린 시절, 엄마에게 들은 '유난'이라는 말에 혼자 엄마와 멀어졌다가 다시 조용히 엄마를 용서한 이야기를 담았다.
세대를 잇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그런 거창한 이야기는 만들어 낼 수 없었지만 나는 이걸로도 충분했다.
온전히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혼자서 꾸준히 해내지 못하는 걸 해내는 기쁨도 맛보았다.
별밤 작가님들과 함께 글을 쓸 수 있음에 참 감사하고,
또 이런 용기를 낼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주신 은나무 작가님께도 정말 감사하다.
함께하는 이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내어
글을 쓰고, 다듬는 과정이 행복했다.
훌륭한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했고,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가 이렇게 글을 써냄이, 그 귀함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멋진 작가님들의 글을 꾸준히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