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을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기분 좋은 회식 끝 어느 늦은 밤

by 천천히 한걸음

송년회에 이어 신년회를 했다.

' 부서회식 '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식을 싫어한다

많은 드라마,영화,CF에서도 회식을 직장인의 애환으로 표현한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하는 경우에는 매우 중차대한

핑계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듯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식을 싫어하지만 나는 회식을 좋아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진짜 회식 그 자체를 즐긴다.

지금의 직장 분위기가 술과 2,3차를 강권하지 않아서 이기도 하며

물론 내가 술을 좋아해서 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분위기 이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할 수록 느끼는 것은

동료, 상사와의 관계가 어쩌면 일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나 혼자 철두철미 하게 일을 해도, 남들에게 불친절하고 배려심 없는 사람으로 비춰진다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절반의 인정 밖에 받을 수 없다.

내가 힘들 때 진심으로 발 벗고 나서줄 동료나 상사가 없다면 회사생활은 사막과 같다.

고립된 섬의 나잘난 씨가 되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게 될 때가 있다.

때로는 동료가 착수 한 일에 끼어들어 성과를 반등분 해서 가져와야 할 때도 있으며, 의견 조율 과정에서

서로간에 감정을 다칠 수 있다.


그럴 경우 같은 공간 내에서 해결점을 찾기 머쓱하고 어려울 때가 있다.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로 전하기 어려운 늬앙스가 있고, 커피 타임으로 풀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골이 생겨난다.

그럴 때는 회식이 좋은 찬스다.

가볍게 오가는 술 잔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고 간다.

때로는 재미없는 상대방의 이야기도 그냥 저냥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꺼낸 이야기속에 진심을 쏟아 낸다.

"선배 아깐 기분 나빴죠? 미안해요 본심은 그게 아니었는데...."

고기를 세 점이나 넣은 쌈과 함께 전해진 한 마디는 진심으로 와 닿는다.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 집 저 집 비슷한 일상, 비슷한 고민들이 오고 간다.

특별히 포장하지도 감추지도 않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일로써 맺어진 인연들이 좀 더 촘촘해진다.


회사 내에선 할 수 없었던 걸쭉한 농담들에 다 같이 박장대소 한다.

너도나도 서로의 소맥 제조법을 뽐내는 것이 사뭇 진지하다.


배가 터지게 먹고 일어서서 헤어지는 길이지만

포장마차 호떡은 우리 인체의 신비를 또 한번 느끼게 한다.

역시 고기먹은 뒤엔 밀가루지! 라고 누군가는 꼭 외친다.


나는 회식이 좋다.

자기 최면이나 반어법이 아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있는 사람들과 술과 고기를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리가 나는 좋다.

나와 나의 일과 나의 동료들이 있어야만 가능한 그 자리가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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