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를 말할수 있는 이는 결국 나

by 천천히 한걸음

김훈은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를 두고 열흘을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했다.
나는과 내가를 두고 열시간 정도 고민했다.
거짓말 같다고?
물론 거짓말 이다.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퇴근하는 길
적당한 음악과 매끄러운 도로는 절로 사람을 생각에 잠기게 한다.
십분 정도 생각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누구인지?
첫 번째로 생각난 단어는 “결” 이다.
[ 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

왜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섬세한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나는 섬세한 결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나는 일정한 결이 한겹 한겹 쌓여 멋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나는 굉장히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가끔, 아니 자주 그 생각의 꼬리에 목이 조여 숨 쉬기 힘들다.
그렇게 목이 조여 올때는 우선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해서 어쩔 수 없이 또 생각을 한다.
그 때 하는 생각은 길어지면 안되므로, 길어질 수 없으므로

딱 2가지로 한정한다.
첫 번째,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인가?
두 번째,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
나에게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은 딱 두가지 질문에 맞추어 풀어내면
비교적 잘 풀어진다.

그러면
목이 트이고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오랜시간 결을 쌓으며 내가 터특한 자구책이다.
그러므로 나는 섬세하면서 또한 결단력 있는 사람이다.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살면서 최선을 다해보지 않은 일이 별로 없다.
최선의 기준이 고무줄을 넘어서 치즈 돈까스안의 치즈와 같겠지만
나는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어린시절부터 꽤 컸을 무렵까지 나를 옭아매다 못해
칭칭 휘어감던 가난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흔들리는 정신과 그 보다 더 흔들리는 심장을 부여잡기 위해
열심히 읽고 썼다.
읽음은 뿌리를 주어 나를 바로 서게 해주었다.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나는 사람과 생명을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단어보다 조금 더 작고 귀여운 좋아한다라는
말을 쓴 것이 결정적 단서이다.
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 살 냄새를 맡고 살아가는 삶의 귀중함을 잘 안다.
잘 아는 만큼 그 삶에 충실하고자 한다.

이런 나를 아껴주는 수 많은 사람들과
위인들과 작가들과 동료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흔들리다 바로 서고
울다가 그치며 갈등하다 결정하는 순간순간을 오롯이 살아낸다.

그게 바로 나
나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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