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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Sep 14. 2017

절대반지의 힘

절대 반지의 힘 - 원조 


서초동 프 0 간장게장 

강남 바닥에서 게딱지에 밥 좀 비벼 먹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었다. 30년 동안 제 자리를 지키면서 연예인, 프로 운동선수들, 일본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한 맛집. 일명 원조 간장 게장집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 유명한 음식점이 '자매의 난'으로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다. 

원래, 프 0 간장게장은 동생이 30년간 열심히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해온 원조였다. 그런데, 언니가 똑같은 상호명으로 30m 즈음 떨어진 길에 간장게장집을 간판도 비슷하게 해서 열었던 것이다. 아니, 이게 어디서 배워먹은 상도덕이란 말인가? 어째 이런 일이, 그것도 남도 아니고 친언니가 말이다.

방송국 인터뷰 요청이 올 때도 이 언니라는 사람은 태연하게 본인이  원조인 척을 했으니, 동생은 타이레놀 백 개를 입에 털어 넣어도 가시지 않는 두통에 시달렸을 것이다. 살다 살다 복창 터지는 일이 참 많다지만 친 자매가 법정에 나란히 서게 생겼으니, 참 돈이란 게 뭔지, 그놈의 원조가 뭔지 씁쓸한 사건이었다. 



신당동 떡볶이의 원조 마복림 할머니.


"고추장 맛의 비밀~~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라고 하셨던 마복림 할머니를 기억하시는지. 아니, 얼마나 특급 비밀이길래 할머니는 며느리한테까지 야박하게 알려주지 않으시나 했다. 하지만 원조 할머니는 " 이젠 며느리도 알아요." 라며 아들과  함께 맛을 잇고 계신다. 




막내 아들에 집도 맛은 똑같다. 할머니 가게 바로 앞에서 장사하는 막내아들 


'원조'는 그 자체로 최고의 마케팅이다.

원조면 말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감히 내가, 내가 뭐라고 50년 넘게 떡볶이만 볶으셨던 할머니에게 토를 단 단말인가. 

그냥 프리 패스다. 우리가 제일 먼저 시작했어요. 우리 집이 제일 오래된 집이에요. 우리가 '원조'예요로 라는 것만으로 절대반지를 가진 샘이다.

우린 원조에 약하다. 마복림 할머니 아들이 엄마에게 업혀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 난 지금 막 가게 열었는데, 난 원조가 될 수 없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내 가게에, 내 물건에 '최초'를 붙이면, 내가 퍼스트 펭귄이 되는 것이다. 


세계 최초, 대한민국 최초 , 영등포 최초

홈쇼핑 최초로 유산균을 보여드린 곳, 홈쇼핑 최초로 유산균을 판매한 호스트

홈쇼핑 최초로 영어로 방송하는 호스트 

대한민국 최초로 꼬달리를 발라 온 사람,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꼬달리에 대해 아는 호스트가 바로 나 뭐, 이런 식이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주방 가전 중 최초라고 말할 수 없다면 범위를 좁혀보자. 홈쇼핑에서 판매 한 믹서기 중 내가 최초라고.....

뭐 조건은 붙이기 나름이다. 

문래동에서 처음 생긴 빵집이라 할 수 없다면, 문래동에서 천연효소를 최초로 넣은 빵집이라고 자랑해보자. 

영등포에서 최초로 수제 비누를 만든 집. 

대한민국 원조가 거창하면, 우리 동네 원조, 우리 동네 원조가 어려우면 이 상품 최초로 그것도 어려우면 상품의 속성 중에 하나를 끄집어내어,

'최초'를 붙여보자. 최초를 만들기 위한 조건을 더 세분화해서 잡다 보면, 우리 가게를, 내 상품을  '원조'로 보이게 만들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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