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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Sep 14. 2017

식품-추억,다독임,건강함을 먹다.

#.'추억'을 먹다. 


원하는 건 뭐든지 만들어 준다는 아베야로의 <심야식당>은 사람들의 발길로 밤새 북적인다.  주인장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추억의 기억들은 음식 접시 앞에서, 새 생명을 얻는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음식을 나누면서, 삶과 추억, 위로를 나눈다. 그리고, 마음의 허기까지 채우고 돌아간다. 

"우리, 왜 예전에 부산 갔을 때 말이야. 그때, 먹었던 '고래사' 기억나?? 맞아 맞아. 해운대 시장 돌아 다니다가, 호텔에서 맥주랑 마시려고 잔뜩 샀었는데, 진짜맛있었다. 그치?? 그래 맞어 맞어."  "여보, 나 갑자기 부산 오뎅 먹고 싶어. KTX 끊을까봐. " 임신 했을 때, 부산에 너무 가고 싶어 진짜 내가 했던 말이다. 

초량 시장에서 엄마 손 붙잡고, 졸졸 따라다녔을 때 맛봤던 '부산 오뎅', 여름에 밥하기 귀찮은 날이면, 중국집에서 자주 시켜 먹던 배달음식 밀면. ( 부산엔 중국집에서 밀면까지 팔았다. 그만큼 부산사람은 짜장면 못지 않게 밀면을 자주 먹는다.)  부산이 고향인 나에게 이 맛있는 음식들을 맛볼 수 없다는 건 서울살이에 고통 중 하나였다. 사실, 막상 먹으러 내려가면 예전 어렸을 때 만큼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허나, 먹으면서 학창시절이 생각나고, 찾으러 다니면서, 옛날 살던 집이 그립고, 그러면서 음식과 추억이 동시에 소환되는 아~~~ 보고싶은 얼굴들...... 

직접 가지 않더라도, 추억을 전화로 주문하시라~~ 그리하여, 지역 맛집들은 홈쇼핑과 연대하여 대박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2015년 부터 대대적으로 지역맛집을 홈쇼핑을 통해 방송했다. 고래사 어묵, 삼진 어묵, 제주 올래 국수, 전주 초코파이, 만석 닭강정 등 고향에서, 또는 여행지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했던 기억은 '식품'을 통해 되살아 난다. 홈쇼핑은 추억을 판다. 







#.'다독임'을 먹다. 


구수한 된장찌게 냄새, 곰삭은 칼칼한 파김치 냄새, 시원 달콤한 콩나물 무침 냄새, 애호박새우젖찌게에 달달하고 게운한 냄새..... 모두 다  '엄마냄새'다. 언제든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책가방 던지며 현관문에 들어서면,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따뜻한 밥상을 뚝딱 차려주셨다. 객지에서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엄마냄새 맡아 본지 오래인 이들에게 우리는 '위로'를 나눈다.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고....




 ( GS 샵 - 자취생들을 위한 자취박스 이벤트)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진짜 '엄마 비주얼'의 '엄마'같은 분이 '엄마 표' 음식을 차려준다면?? 아,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강순의 김치', '강순의 곰탕'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선생님을 만나서, 방송을 준비하면서, 아, 그냥 이렇게 '있는 그대로' 가면 되겠구나. 여기 뭐가 들었어요. 어떻게 만들었어요를 강조할게 아니라, 그냥 우리 강순의 엄마~~!!!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담당PD는 선배님,선생님이랑 만담하시는데 그냥 매진되네요. 라고 한다.  그저, 엄마의 마음, 어떤 마음으로 만드셨는지만 묻고, 듣고 있으면 방송은 끝난다. 

론칭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2년 연속 모든 방송 '매진'을 기록한 상품. 

"선생님, 이거 너무 잘 나가서, 더 만들면 안돼요?" 

"뭘, 더 만들어~~!!! 기운 없어~~!!! 됐어. 그만혀~!!!" 

그저, 순리대로 되는대로, 선생님은 '사고' 안 나고 안전하게 배송 할 수 있는 양만큼만 앞으로도 그렇게 만드실거라 하셨다. 딱 내 스타일 선생님~~!!!

김치를 안보고, 선생님만 봐도, 왠지 김치가 맛있을 것 같다. 역시, 엄마~~!!!  선생님 옛날 시집살이 한 이야기만 들어도, 들으면서 고객들은 주문하신다. 그냥 할머니 옛날 이야기 듣는 그런 기분이 든다. 가끔 생방송 중에 며느님이 전화 자주 안 한다고 욕도 하신다. 뜨악 ㅋㅋㅋ 그런데 장사가 된다. 장사가 너무 잘 된다. 어쩌면 우린 맛있는 음식과 함께 엄마의 위로와 엄마의 다독임을 먹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강순의 선생님 - 방송 중에 나에게 야단도 치시면서, 진짜 엄마같이 말씀하신다.^^ 



#.'건강함'을 먹다. 


7년 전 임신을 하면서 시작한 텃밭 농사는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건강하게 산다는 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고, 먹거리에 관해서는 조금 더 까다롭고, 조금 더 신중해 졌다. 급기야 3년 전부터 경기도 양평에서 삶의 터를 마련하면서, 자연의 순리대로 먹고,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중이다. 동료들은 이런 나를 특이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식품 관련 제품들은 간혹 시골 살이하는 나에게 묻곤 했다. 

어느날, 나에게 임효진 선배는 이거 어떨것 같아 라며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젊은 농부들이 정직하게 키운 채소들을 소포장해서 매주 배달해주는 '만나박스', 만나박스의 채소들은 물세척이 다 된 상태로 배송 되며, 무엇보다 '뿌리'가 살아있는 채로 밭에서 바로 온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농부들의 땀과 노력만 넣고, 먹지 않아야 될 것은 다 뺀 진짜 살아있는 채소였다. 


우와~~!!! 선배님 이런 것도해요. 진짜 너무너무 좋아요. 내가 맡은 상품도 아닌데 가슴이 뛰었다.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물론, 방송은 끝났고, 뚜껑을 열었을 때 아주 대박은 나지 않았지만 기대보다 잘 나왔다고 만족하는 분위기었다고 했다. 난 이런 상품은 잘 키웠으면 좋겠다. 정말로, 진심 멋진 시도였다고 본다. 홈쇼핑에서 일찍이 이런 시도를 해본 적은 없었다. 생각이 젊은 MD와 육아 살림 9단 SH, 순수청년PD 가 만들어 낸 방송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좋았다. 방송을 하기까지 많은 장애가 있었다. 아니 채소를 무슨 그것도 마트가면 살 수 있잖아??? 무슨 홈쇼핑에서 샐러드파냐? 왜 그러냐에서 부터, 너 망하면 니가 다 책임질거냐는 질책, 이런 상품이 되겠냐는 냉소 한보따리를 가슴에 끌어안고, 그렇게 방송을 했다고 했다. 


GS샵 2017년 7월 <만나박스> 론칭 - 임효진,김소라 쇼호스트 


첫 시작은 미미 했으나, 우린 이런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고, 더 정직한 식품 개발을 위해 애써야 한다. 환경은 갈수록 오염되고, 우리는 갈 수록 아플 것이며, 먹거리는 갈수록 불안할 것이다. 2017년 홈쇼핑에서는 일찍이 없었던 신선한 시도고, 바람직한 시도라고 본다. 온갖 욕을 참아가며, '가능성'있는 상품에 용감히 도전하는 자세. 진정한 마케터의 자세다. 


<만나박스> 건강함만 담겠다는 의지로 귀농한 청년들


뿌리가 잘려나간 채 예쁘게 진열된 채소와 뿌리채 밭에서 뽑자마자 소비자의 집으로 바로 전달 되는 채소 절대 같을 수 없다. 

마트에서 파는 채소와 내가 직접 키운 채소는 영양과 맛 두가지 모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어릴 때 시골 외가에서 평상에 둘러 앉아, 할머니가 농사지은 옥수수를 먹었던 기억이 있는가?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짜 건강한 맛을 기억하는가? 

밭에서 바로 간다. 생명이 숨쉬는 상태로.... 그렇게 간다. 


마트의 냉장고에서 냉기 샤워를 받으며 며칠 간 진열된 채소, 생명의 흙과 뿌리가 다 제거된 상태로 번질번질 조명 아래 방긋방긋 웃고 있는 저 채소들은 과연 정말 건강한 아이들일까? 

벌레 하나 먹은 흔적 없는 채소를 왜 우리는 신선하고 깨끗하다 생각하는가? 벌레도 못먹는  채소는 사람도 먹으면 안된다. 

난, 앞으로 홈쇼핑이 정말, 고객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상품을 기획 하기를 바란다. 좀 더 신선하고, 좀 더 안전하고, 좀 더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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