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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Sep 14. 2017

소리를 만들다.

'소리'를 만들다.


"아니, 이제 와서 성악을 배운다고? 니가? "

선배들이 그랬다. 다 늙어서 웬 성악??

배우고 싶은대요. 배울건데요.


배움에 늦고 빠름이 어디있겠는가? 

내가 성악을 배우고 싶었던건 '소리'가 뭔지 알고 싶어서였다.  거창하게 전공까지 갈 것도 아니고, 이미 쇼핑호스트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바쁘기도 하고, 일주일에 두번씩 없는 시간 쥐어 짜서, 성악과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사촌동생에게  니가 선생이 될 기회를 주겠다고, 지금이 용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꼬셨다. 동생은 언니의 제안에 기꺼이 응해주었고 한동안 나는 제법 재밌게 노래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소리를 다루는 법을 나름 터득할 수 있었다. 



1. 몸이 내는 소리를 관찰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신은 인간을 정말 놀랍고, 신기하게 만드셨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는 실로, 엄청 다양하다. 동생은 처음엔 평이한 노래를 가르치다가, 내 목소리 근육이 점점 단련이 되자, 나중엔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 아리아 악보까지 들이 밀었다.  머리 꼭대기를 뚫고 우주 저 끝까지 닿을 듯하게 소리를 분출해야 나올 듯 말듯한 그 어려운 곡을 '언니 한 번 해봐....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냥, 머리가 아프다 정도가 아니라, 진짜 두개골이 얼얼해 지는 느낌. 이런 느낌 처음이야~~!!!

물론, 뭘 그리 잘 불렀겠는가.... 하지만, 고음을 내기 위해서는 소리가 어디로 나가야 되는지를 제대로 경험한 시간이었다. 


자, 쉽게 분류해 보자면


높은 고음 ---> 이마 위 머리 끝에서 나는 소리 ( 코 찡긋, 이마 찌릿)

중음 ----> 가슴에서 나는 소리 

저음 ---> 폐를 열 때 나는 소리, 횡경막을 열고 내는 소리



음역대를 다양하게 연습해 보고, 소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몸으로 느껴보자 . 하다보면 소리의 높이나 굵이를 조절하는 능력을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될 것이다. 유아동 서적이나 교구를 판매할 때 나는 약간 높은 음역대가 된다. 

한 번은  여자 성시경이라 불리는 후배를  보조 진행자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첫 오프닝부터 그녀는 너무 힘들어했다. 왜? 목소리를 띄운다는 걸 할 줄 몰라서다. 선배님 전, 선배님처럼 발랄하게 인사 못하겠어요. 엥? 이건 또 뭠미? 

늘 중저음대의 목소리인 그녀는, 뭘해도 너무 차분하고, 뭘해도 너무 우아하며, 뭘 해도 너무 무겁다는 지적을 받았다. 

호스트는 팔색조여야 하는데, 그 친구는 아이들 관련 상품은 거의 맡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 상품,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되는 상품, 저관여 상품은 살짝 목소리를 높여 주는 것도 괜찮다. 


고음의 목소리

흔히 두성이 내는 목소리. 높은 소리는 사람을 긴장시키고, 맥박을 뛰게 만든다. 허나, 높은 소리와 시끄러운 소리는 분류가 되어야 한다. 음역대가 높다고 거기에 소리의 양을 조절하지 않은 채 ff (포르테시모) 로 질러만 된다면, 고객은 당장 귀를 막고 돌아설 것이다.  너무 높은 소리로 한 시간 내내 진행하는 건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적절히 섞어보고, 잘 맞아 떨어지는 소리를 찾아 보자. 


중음의 목소리 

무난하게 어떤 상품을 판매해도 그런저런 잘 어울릴 수 있는 목소리다. 허나, 상대방이 자칫 밋밋하게 들려서, '엣지'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책, 가전, 건강 식품에 제법 잘 어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 차분하게 설명을 잘 할 수 있으나,'호소력'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적절히, 고음, 저음을 섞어보거나, 또는 목소리에 박자감을 더해보자. 중음의 목소리가 같은 톤으로 같은 속도로 방송을 진행하면, 고객들은 자장가처럼 들을 수도 있다. 참으로 '편안한' 목소리구먼~~~~아이 졸려~~~~


저음의 목소리 

처음엔 횡경막을 연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머리로 이해가 잘 안됐다. 사촌동생은 언니 턱을 아래로 당겨봐라고 했다. 오~~ 턱을 아래로 당기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좀 더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폐를 완전히 열어서 소리를 내는 것. 

우아하고, 차분한 목소리.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목소리다. 가전이나 가구, 시공 상품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 

보통 뭔가 중요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를 깐다.' 라고 하는데, 엄마가 하이톤으로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중저음으로 잔소리를 하는게 더 잘 먹히는 건(?) 해본 엄마들은 잘 아실거다. 고객을 집중 시킬 때, 발랄하게 고음으로 가다가도 한 번씩 중저음으로 음역대를 낮추기도 한다. 적절히 여러 음역대를 섞어가며, 박자를 조절해가며 진행하면 더 잘들리게 피티를 할 수 있다. 




2. '목' 소리 , '콧' 소리 오 제발~~~!!!


 "선배님 한 시간 내내 떠들고 나왔더니 목이 너무 따가워요." 

"엥?? 목이 왜 따가워? 3시간을 떠들어도 목은 따가우면 안되는거야."

목에다 힘을 줘서 그렇다. 목으로 말을 하려고 해서 그렇다. 그러다보니, 성대에 상처가 생기고, 목이 자주 붓게 된다. 

 목은 복도일 뿐이다. 그저 소리가 지나가는 곳이다. '목' 소리로 소리를 내다 보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 상당한 피로를 느낀다 .

목은 복도다. 그저 소리가 지나가는 길일 뿐이다. 

비강을 연다? 들어 본 것도  같고......비강은 보통 테너가 많이 쓰는데, 괜히 어설프게 코 뒤에 뭐가 있나 싶어 콧속에 힘 주다가는 본의 아니게, 요렇게 된다.

"나 어제 귀신 꿈꿨떵. 엄떵 무서웠떵..... "

"어디서 끼부려 저리가  에잇~~~저리가 저리가 !!!"


배우 전도연, 최지우,  현영씨가 간혹 콧소리를 잘 내는 특징 때문에 성대모사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데, 쇼핑호스트에게 콧소리가 심하게 들어가는 건 고객이 대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고, 정확한 의사 전달의 장애물이 된다. 내가 평소 코에 힘이 많이 들어가거나, 비염이나 알러지 때문에 코맹맹이 소리가 자주 난다면, 어떻게 해서든 병을 고치든, 습관을 고치든 코에서 나는 소리는 막아야 한다. 





3. 소리도 소리근육을 만들면 달라진다 .


연습하면 안되는 건 없다. 소리 근육을 단련해 보자. 바이엘 하던 딸이 언제 체르니 떼나 싶어도, 시간이 흐르다보니 언제 이렇게 배웠나 싶을 때가 온다. 

내 몸은 악기다. 술, 담배, 카페인, 과로를 마구마구 달고 살면,  악기가 상한다. 좋은 소리를 내기 힘들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본연주를 시작하기전 자신의 악기를 튜닝하듯, 우리도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목도 돌리고, 스트레칭도 하고, 가슴도 활짝 피면서 우리 몸의 소리가 가장 편안하고 깨끗하게 나올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방송을 시작하자. 

후배들이 나보고 선배는 물돼지라고 부르는데, 난 방송 중에 생수500ml 를 4통 들고 들어간다. 그리고 다 마시고 나온다. 중간 중간 계속 마시면서 가장 촉촉하고 깨끗한 목소리로 방송을 하기 위해서다. 선배님~~!!! 화장실 안가고 싶으세요? 응 긴장하면 화장실 생각도 안나~~~!!!


자, 오늘부터 멋진 악기가 될 준비가 되셨는가? 그렇다면 호흡부터 연습해보자~~!!!



호흡법 연습 



1) 숨을 들이마시면서 횡경막을 연다. ( 횡경막 양옆으로 팽창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 부푼 횡경막을 유지하다가 자연스럽게 수축할 때까지 호흡한다. 


*고음

위 1)2)번 자유로운 상태에서 머리 관자놀이 부분을 열고, 두성으로 소리를 낸다. ( 미간과 이마 부분으로 보내듯이)

*중저음

위 1)2)번을 자유로운 상태에서 흉성을 사용하여 소리를 낸다. ( 가슴 부분이 울리듯이- 인위적이면 안된다.)



코와 이마를 열고 머리 위로 소리를 보낸다. 높이 높이 높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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