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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Oct 13. 2017

바람새는 풍선 그리고 고객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에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 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남의 관심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자신을 보면, 

이런 터무니 없는 일이 어디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동료 한 사람이 인사를 건성으로 하기만 해도,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기만 해도 우리 기분은 시커멓게 멍들어 버린다 .

누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 주고 과일 바구니라도 보내주면 갑자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환희에 젖는다. 


알랭 드 보통 <불안 > - 정영목 옮김 



인정 받고 싶은 마음


집에서나 밖에서나 어디서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 인간의 기본 욕구다. 사람은 정서적인 교감과 인정을 먹고 산다. 쇼핑 중인 고객도 그대가 자신을 인정해주길 바란다. 뭔가 트렌드에서 내가 벗어난다거나, 뒤처진다는 느낌이 드는 걸 견디기 힘들어 한다. 

멀쩡한 옷 놔두고, 매번 옷이 없다고 새옷을 사는 것도, 흐름에 동승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패션도 정보도 사회도 정치도 모든 것들이 미치도록 빠르게 돌아가는데 나만 소외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호스트들은 '요즘 트렌드가...' 라는 말을 정말 많이 사용한다. 지금 이 흐름을 타지 않는다면 당신은 '인정'받기 힘든, 뭔가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랄까? 

참, 그러고 보면 잔인하다. 쇼핑은 잔인하다. 내가 쇼핑을 함으로서 내가 내가 아닌 누구가 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소비하지 않으면 나는 기억의 뒷전으로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친구가 구입한 최신 유행 구두는 나도 한 번 신어 봐야 되고, 작년에 샀던 코트를 다시 꺼내 입는다는 건 웬지 없어 보이거나, 유행에 뒤쳐진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별풍선에 목숨을 거는 것도, 물론 누군가는 풍선이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놈의 '좋아요' 그놈의 '하트'로 인해 내가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의식을 하든 그렇지 않든  끊임 없는 소비 만이 좀 더 나은 '내'가 되는거라고 생각하며 살게 된다. 

오늘도 난 소비를 부추기는 이 곳에서 과연 건강한 소비는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가끔 내가 너무 많이 팔아서, 환경 오염에 일조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도 해본다. 여하튼 고객은 구매를 통해 사회속의 자신의 위치를 또 한 번 과시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안목 높으신 고객들이 선택한 ....." 

"역시, 요즘엔 이렇게 코디 하는게 대세죠."

"이 정도는 갖춰야, 살림을 좀 한다고 할 수 있겠죠." 라는 멘트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이것들이 사람 무시해? 


도대체 몇 번을 전화했는데, 지금 사람 무시해요? 

난 분명히, 방송에서 이게 제일 좋다고 들었는데, 아니잖아요. 지금 거짓 방송 하신거에요? 


한 번은 너무 분통이 터지셨던지 본사로 중년의 여성 고객 한 분이 찾아오셨다. 근데, 고객불만을 접수하는 담당 차장이 회의가 늦어졌는지 고객을 기다리게 했던 모양이다. 안그래도 울화가 치밀어 있던  고객에게 기다리게 하고, 심지어 검문소처럼 사원카드를 찍어야 들어갈 수 있는 그 곳에서 5층까지 알아서 찾아오라고 했으니 짜증이 제대로 폭발 했으리라.  물론 사원카드 없이 5층으로 바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있긴 있다. 하지만 이 불편하고 차가운 빌딩 속으로 처음 들어온 고객은 들어 서자 마자 헤메고 지치셨을 거다. 안그래도 열 받았는데 말이다.  불난 집에 기름 제대로 붓고 있었다. 

그날 그 고객은 복도에서 분이 풀리실 때까지 소리를 지르다 가셨다. 


우리가 방금 고객의 에고에 상처를 입힌 거다.  '사소한 일' 이란 단 한가지도 없다. 처음부터 잘 대응했어야 했다. 전화가 왔다면, 전화로도 충분히 마음을 헤아려 드렸어야 했다. 그걸로 안풀려서 오신다고 했으면, '오죽' 했을까라는 마음으로 더 챙겼어야 했다. 우린 또 한 번 실수를 한거다. 


공감이란 타인의 눈으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다.  - 오바마


난 단골인데 뭐 없어요? 


단골 개념이 제대로 잡힌 건 2011년 초 였다. 

지금부터 6년 전 부터 '단골은 좀 더 챙겨 드리자.'라고 해서 3회 사은품 행사를 진행했다. 처음엔 일단 한 번 해 보고였다. 

3번 이상 구입하고 총 구입 금액이 15만원 이상만 되면 휴지 세트나 세제 세트 같은 생필품을 드렸다. 몇 번 만 해보자 였다. 그런데 반응은 대단했다. 

전달 대비 30% 이상 매출이 증가했고, 고객의 충성도는 더 높아 졌다. 10만원 쇼핑하실거 5만원 더 채워서 그냥 더 사고 사은품까지 받자라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여러번 구입하게 만들고, 자주 오게 만들었다.  우린 생색도 나고, 매출도 올리고 일석이조의 행사였다. 


2011년부터 시작된 3회 사은품 행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구입하신 금액의 일정부분 5% 정도 적립금으로 돌려주면서, 또 다시 그 적립금을 쓰면서 쇼핑할 수 있게 했다. 홈쇼핑 사는 표면적으로는 뭔가 더 주는 것 같지만, 사실 고객은 그 작은 적립금에 다시 이 곳을 찾게 되고, 등급 ( 쇼핑을 자주 하게 되면 등급이 올라가고 등급이 올라가면 더 많은 적립금과 할인 혜택을 준다.) 이 올라갈 수록 다른 곳에서 쇼핑하기 보다는 사면 살 수록 할인 혜택이 많아 지는 한 곳을 지정해서 쭉 구입하게 된다. 더 퍼줘도 된다. 고객은 더 많은 것을 들고 그대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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