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아늑한 카페
지난번 당케커피에 갔다가 인파에 기만 빨리고 돌아온 후 계속 다니지를 않았다. 회사가 바쁘기도 했고 날씨는 급격하게 널뛰기를 하면서 추워졌고 이래저래 귀찮기도 했고. 확실히 코로나 2년이 지나가면서 생활습관도 많이 바뀌었다. 인터넷 쇼핑을 더 많이 하게 되었고 집에서 많은 걸 하게 된다. 나같이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사람이 이 정도니 다른 집은 더 심할 거라고 추측된다.
그래도 날씨가 좋은 가을까지는 아무래도 야외가 좋아서 산책을 나가게 된다. 지난주 크게 기온이 떨어지고 비가 오면서 본격적인 실내활동의 계절로 진입했다. 아무리 인테리어가 멋진 카페라 할지라도 따뜻한 날씨엔 역시 테라스로 나가게 마련이다. 아늑하고 좋은 인테리어, 그리고 따뜻한 커피, 맛있는 디저트는 역시 쌀쌀한 날씨에 더욱 빛을 발한다. 실내 문화의 정수를 이루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래서인지 북구에 위치한 나라들에서 왔다.
오늘은 궁금했던 카페 중 모리츠플라츠에 왔다. 홍대입구에서 신촌가는 방면 대로변에 위치한, 아 이런 곳에 있었나? 하는 그런 카페다. 우연히 기사와 매체를 통해 알게 된 곳. 일단 이름부터가 맘에 쏙 들었는데 위치도 색다르고 조용하면서 작업하기 좋을 것 같은 곳이라 맘에 두고 있다가 오늘 오게 됐다.
인터넷으로 봤던 것보다 더 좋았다. 쌀쌀한 날씨에 햇빛이 밝게 비치는 11월에 아주 잘 어울리는 곳. 흔히 보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 눈이 가는 그림들과 다양한 오브제들. 무엇보다 널찍한 공간에 여유있게 놓인 테이블과 의자들이 아주 편안했다. 왠지 북유럽 가구 느낌이 나는.
2층까지 하면 공간이 대단히 여유가 있었는데 또 요모조모 잘 꾸며놓아 전혀 휑한 느낌이 없고 아늑했다. 이름도 그렇고 인테리어도 그렇고 독일어권, 북유럽 느낌이 강하게 나는 그런 곳이었다. 커다란 카운터 앞에는 먹음직스러운 베이커리 테이블이 따로 있었다. 오트밀 라떼 두 잔에 스콘을 시켰다. 스콘에는 무화과 잼과 고소한 버터가 같이 딸려 나왔다.
통창 앞에 큰 테이블에 앉아 밖을 보며 있으니 너무 좋았다. 햇살이 밝았지만 이미 쌀쌀한 겨울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밝은 초여름보다 이런 계절이 너무나 어울리는 곳이었다. 아마도 독일이나 덴마크 같은 곳에 가면 딱 이런 계절, 이런 날씨에 이런 인테리어의 카페들이 많지 않을까. 따끈한 커피도 스콘도 딱 이 계절에 먹으면 가장 맛있다. 바깥 벤치에는 홍대 느낌 풍기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사계절은 각자의 매력이 있다. 여름의 청량함과 자연도 좋고 가을의 적당하게 선선한 공기, 차분하고 맑은 날씨도 너무 좋다. 그런데 이렇게 찬바람이 불어오며 황량한 겨울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진정한 사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따뜻한 색색의 옷, 몸을 데워주는 다양한 음식, 각종 담요와 방한용품. 따뜻한 조명, 음악, 책, 그리고 이야기들.
비록 심한 경쟁 속에 이번 주에도 맘에 드는 옷을 사는 것에 실패했지만 이 차가운 공기가 나쁘지 않고 설렌다. 아침에는 몇 년 전에 선물 받았던 양초와 초받침 그릇을 서랍 밑 쪽에서 찾았다. 오늘 저녁부터는 식탁 위에 작은 촛불도 밝혀봐야지. 서울생활이 각박해질수록 따뜻하고 인간적인 것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도 분명 커질거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나의 생활,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