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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Nov 21. 2021

시대물의 매력

인간미가 살아있던 그 시절

뒤늦게 보았지만 최근 봤던 드라마 중엔 미스터션샤인이 좋았다. 오징어게임 등 요새 인기있는 차갑고 사이코패스적인 드라마 사이에서 더욱 빛을 발했는지도 모른다. 원래부터 난 옛날 얘기를 좋아했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1900년 전후가 정말 가장 멋진 시기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언제든. 약간의 미화 스크린이 씌워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옛날 이야기는 빛바래고 적당히 익은 듯한 따뜻한 매력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책은 일단 도서관에서 먼저 빌려보고 여러 번 보고 싶어지는 책은 사서 보관하고 있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물을 기존에 샀던 것에 이어 더 사기로 마음 먹었다. 필력 좋은데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풍요로움도 같이 갖춘 미미여사지만 현대물과 시대물은 또 느낌이 다르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생활상과 소소한 인간관계, 사건들이 아기자기 얽힌 미야베월드 2 시리즈는 정말 생각날 때마다 계속 손에 들게 된다.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한 게 아니라 그 이야기와 풍경을 자꾸만 보게 되는 것이다.

책의 소개에 보면 에도시대는 사람의 목숨이 귀하지 않았던 시대라 더욱 사람들 간의 끈끈함이 강했다고, 그걸 그리고 싶었다는 미미여사의 소개글이 있다. 아마 그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문명, 기계, 디지털이 없던 그 시절. 좀 더 많은 부분을 자연과 가까이 그리고 사람들이 직접 했던 그 시절의 생활상이 나에겐 따뜻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그 시절엔 생계의 어려움과 각종 힘든 일들이 많았던 것도 안다. 그게 글에서는 아름답게 걸러져 있겠지만 기계와 물질의 과잉 속에 모두가 단절되어 사는 시대의 일원인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그게 위안이 된다. 정신이 병들어가는 이 시대에서 보면 오히려 몸이 힘들었던 그 시절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아무리 필력 좋다는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아도 현대물은 도통 두 번 이상을 잡기가 힘들다. 가끔 그런 차갑고 비정한 현대물 속에서도 일말의 인간미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나 그런 경우는 비현실적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하는 것 같다.

화제의 넷플릭스 신작이라는 지옥이 오픈하여 남편이 보는 걸 옆에서 보자니 또 다시 한숨이 나오면서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주말 내내 유례없는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밖에도 못 나가고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TV에서 보는 것도 미세먼지 이상으로 답답한... 

요즘 또 하나의 큰 흐름인 가상현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흐름 자체는 맘에 안 드는데 이 기술이 현실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뭘 찾아 그 기계를 착용할지 알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첨단의 기술 세상에서 사람들은 가상현실을 통해 자연이 아름답고 기계가 없던 예전의 그 시절로 돌아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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