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을 다시 떠올려보며
강화된 거리두기가 드디어 오늘부터 시작이다. 때마침 어제부터는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오늘은 영하 11도를 찍는 맹추위와 함께 하는 주말이다. 오늘부터 연말까지 2주간 집과 회사만 오가면서 살아야 한다. 이번 거리두기에서는 미접종자들의 식당, 카페 출입을 혼자 들어가는 것 이외에는 아예 금지해버렸다.
점점 죄어오듯 시행되던 방역패스 정책이지만 실제로 이렇게 발표가 되어 버리자 기분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았다. 다중이용시설 중에서도 식당 카페는 가장 생활에 필수적인 시설이자 사회적인 관계맺음에 직결되는 곳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취지나 이유를 납득하기가 힘드니 더욱 답답했다.
돌파감염 비율 및 감염 사례를 보면 백신 접종은 감염을 막아주는게 아니라 감염시 중증 악화를 막아주는 자기 보호 장치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 정책은 마치 미접종자가 보균자이고 병을 확산시키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거기에 제목에 미접종자 보호 강화라고 써둔 것이 더욱 기가 막혔다. 이건 보호가 아닌 강제적 고립이다.
접종자나 미접종자나 똑같이 감염될 수 있고 전염시킬 수 있다면 그걸 차별할 것이 아니라 명수 제한이나 시간 제한을 두는 것이 맞다. 실제 그런 방식으로 관리한 지난 2년 간은 비교적 조용하게 흘러왔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미접종자에 대한 페널티를 이렇게까지 주는 것일까. 게다가 백신을 못 맞는 다수의 사람들은 건강 상의 이유로 맞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백신에 대한 여러 논란이나 과학적 분석은 차치하고 주변에 부작용으로 고생한 사람들이 너무나 흔하고 많다. 이렇게 주위에 보고 들리는 사례가 많을 정도인데, 그리고 접종을 했다고 해서 감염 및 확산이 안 되는 것이 아닌데 이 페널티 정책의 취지를 정말 모르겠다.
미접종자 혼자는 출입이 가능하니 곧 업소 내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 지인과 동반하여 들어갈 수는 없다.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인간관계, 사회생활을 끊는 조치 같아서 혼란스럽다. 주위에는 임신, 기저질환 등으로 백신을 못 맞은 엄마들이 미접종 어린 자녀와 다닐 수가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연이 많다.
한편 백신 접종 여부를 일일이 가려내는 것이 번거롭고 어려우니 혼자고 뭐고 아예 출입 자체를 금지시켜 버리는 업소도 많아졌다. 업주 입장에선 혹시 걸리는 경우 부담할 과태료와 리스크 때문에 선택하는 안전한 방편인 것이다. 예외를 두었다고는 하나 결국 미접종자의 시설 이용을 막아버리는 결과가 되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강화대책 마련시에 상점과 마트를 포함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에 출입을 금지하는 것도 검토했다는 설을 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건 정말로 오싹하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정부의 백신 접종 정책에 따르지 않으면 아예 일상생활을 못하도록 막아버리겠다는 것이니.
사람이 주위에서 죽어나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전염병 사태가 전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은 계속 했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공포감 속에 극도의 통제, 관리와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 목숨에 대한 위협 때문에 생활이나 권리에 대한 제한이 생기더라도 그저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미접종자에 대한 제한 조치는 예전에 있었던 소수자 박해를 어렴풋이 떠올리게 했다.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접종/미접종으로 나눠 후자를 고립시키는 정책이 쉽고 편리하다. 소수에게 책임을 돌리고 공격하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혼란과 불안에 대응하는 편리한 방법이었다. 미접종자는 이미 비율로 봤을 때 매우 소수이다. 얼핏 납득이 가지 않고 당사자들에게는 큰 생활권의 침해가 오는 조치임에도 국민의 다수는 본인의 해당사항이 아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더라도 다수의 공감대와 지지를 얻기 힘드니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사람의 본성은 어느 시대나 비슷하고 그래서 역사는 되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직접 맞닥뜨리니 책에서나 봤던 옛날의 사건들에 대해, 그리고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던 민주주의나 개인의 자유, 권리 같은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번 조치는 정말 비교적 마일드한 기본권 제한이었음에도.
오늘은 오랜만에 눈이 펑펑 내리고 아름다운 주말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쓸쓸한 연말은 처음이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사태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 내년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예상이 잘 되지 않는다. 부디 내년은 인간적이고 평범한 이전의 일상과 가까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