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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Nov 09. 2019

여의도, 아이엠베이글

이곳은 뉴욕

요가학원 가까운 곳에 맛있는 베이글을 파는 집이 있다.

아이엠베이글. 여의도 롯데캐슬 아이비 지하에 있는 집이다.

주인은 아마 뉴욕에서 건축인가 어떤 공부/일을 하신 모양인데 그때 먹었던 베이글의 맛을 잊지 못해 이 가게를 창업하게 되었으며 그때의 그 맛과 분위기를 충실히 살리기 위해 캐나다산 밀가루만을 수입해서 베이글을 굽고 매장의 인테리어나 음악도 뉴욕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 설명은 나중에 인터넷에서 읽게 되었고 그냥 여기가 맛있다는 말을 전부터 듣다가 요가 끝나고 간단히 먹기 위해 드디어 가보게 된 것이다. 

항상 느끼지만 맛있고 속편한 것은 한국 식단인데 한식은 준비과정이 은근히 시간이 많이 든다. 주식인 밥부터 빵과는 다르다. 햇반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빵과 밥은 조리시간이 다르다. 1인분이라도 밥을 짓는데에는 20분의 시간은 들게 마련이고 국이나 반찬은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반면 빵 혹은 파스타는 이미 반조리 상태로 있는걸 데워서 주로 신선한 재료를 끼워서 먹기만 하면 되니 요새 직장인들 생활엔 양식이 자꾸 끼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살도 빼보자 싶어서 여길 갔는데 최근 먹어보던 빵 중에 제일 맛있는 빵을 먹게 되었다.

플레인, 블루베리, 어니언, 곡물 등 다양한 종류의 베이글에 원하는대로 재료를 끼워서 샌드위치를 먹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샌드위치는 빵이 얼마나 맛있느냐가 좌우하는거 같은데 여기서 합격이었다.

원래부터 두툼하고 쫄깃한 탄수화물군을 좋아해선지 빵중에서도 베이글이 호감이 갔었는데 와, 여기 베이글 맛있더라. 구내매점에서 파는 베이글같은 정말 질긴 식감이 아니고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그런 베이글!

햄에그도 좋고 절인 연어도 좋고.. 갓 구운 베이글 사이에 재료를 끼우면 뭐라도 맛있겠더라.

베이글을 구워내는 공간을 포함한 널찍한 오픈 키친에 인테리어는 줄리&줄리아 같은 서양 요리를 배경으로 한 따뜻한 소설이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그런 느낌. 음악은 재즈만 선별하여 틀어준다고 한다.

작년에 출장 때문에 거의 매달 뉴욕을 갔었는데 그때 갔었던 거리나 식당들이 생각났다.

유럽이 어딘지 고전적이라면 이 시대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동경하는 곳을 하나 꼽으라면 뉴욕일 것이다. 그래서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도 영화도 그렇게 인기이고. 실제로 뉴욕이 그렇게 비싸고 번잡하지만 거기 취직해서 사는 사람들은 그 도시를 그렇게 사랑한다고 한다. 나야 출장가서 짧게 받은 인상이라 그냥 그렇고 그랬지만. 만일 내가 미국인으로 태어났다면, 그리고 정말 내가 잘하는 직업을 얻어 좋은 보수를 받으며 활기차게 사는 커리어우먼이라면- 아마 뉴욕 생활도 나쁘지 않았을지도?

센트럴파크 근방, 소호나 빌리지 쪽의 동네에서 느껴졌던 '뉴욕스러움'이 바로 이런 따뜻하고 번잡스러운 그런 분위기였던 거 같다. 세련되지만 좀 일상적인 분위기도 섞인 서양 도시의 모습. 유럽보다 조금 더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의... 살벌한 회의장이나 빌딩숲보다는 물론 나도 이런 풍경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작은 베이글 샌드위치 하나와 음료 하나 시켜서 만원을 지불하고 나면 겨우 이건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여긴 그렇지가 않았다. 푸짐한 칼국수나 국밥을 한그릇 먹는것과는 확실하게 다른 맛있는 한끼였다.

평소 서양식으로 채소를 잘 안 먹고 건강 식단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더욱 안성맞춤일 거 같다.

이상하게 입맛이 없고 간이 센 음식은 다 먹기 싫은 요즘이라 그런가. 가뭄에 단비같은 아이엠베이글이었다.

공덕파크자이에 2호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드물게 2호점까지 섭렵해보았다.

개인적으로 피자베이글은 너무 느끼했고 역시 여긴 베이글 샌드위치에 추가한다면 샐러드와 수프 정도일거 같다. 다시 느끼지만 서울이 갈수록 커지고 글로벌해지고 있다. 굳이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 여러모로 우리는 이 도시에서 메트로폴리탄으로 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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