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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Nov 11. 2019

허리, 매트리스

난 평생 똑바로 누워자는 사람이었다. 이건 타고난다고 하는데 허리에 문제 없는 우리 엄마의 경우 옛날부터 옆으로 누워야만 잠이 왔다고 하시는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구나, 그러고 말았었다. 사실 옆으로 누워자면 한쪽이 눌릴 수밖에 없으니 똑바로 자는 내 패턴이 다행이라고만 여겼었는데 이게 회사생활을 하면서 점점 뒤틀리기 시작했다. 오래 앉아있는 자세는 근본적으로 척추와 골반에 쥐약이라고 한다. 나도 피해갈 수 없었다. 버텨줄 복근도 뼈대도 없었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은 온통 몸으로 다 쏟아졌다.

일년에 한 번 정도 심한 목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한 게 5년 전쯤부터인데 자다가 새벽쯤 뒤척이게 된 것도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목과 허리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어선지 고르게 매년 안 좋아져서 이제는 잠들기 전에도 여러 번 오른쪽 왼쪽으로 뒤척이다가 결국 똑바로 누워 잠드는 매우 번거로운 상태가 되었다. 똑바로 누우면 통증이 있는건 아닌데 어딘가 모르게 결리고 불편해서 가만 있지 못하겠는 그런 이상한 느낌이다. 

사실 결혼 할 때도 가구 중에 침대, 그 중에서도 매트리스에 관심을 꽤 기울였었다. 다만, 그때는 지금과 같은 중증의 상태는 아니었기에, 그리고 시간이 매우 촉박하고 여유가 없었기에 주위 후기 등을 참고하여 시몬스 매트리스를 선택했다. 사실 매트리스 자체만 봤다기보다는 침대 프레임과 사이즈 등을 함께 맞춰 생각하다보니 선택지가 좁아졌던거 같다. 

그때도 라텍스와 메모리폼 매트리스에 대한 얘기를 듣긴 했지만 대충 템퍼 정도에서 머무르고 말았다. 그러나 여름에는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없고 너무 푹 꺼진다는 둥 안 좋은 후기가 주로 많았기에 그냥 시몬스 중에 단단한 편이라는 헨리로 고르고 다음으로 넘어갔었다. 

작년 올해 또다시 잠자리가 불편해지니 자연히 매트리스 쪽에 다시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내가 시몬스를 잘못 골랐나? 어디서 누가 원래 시몬스가 더 푹신하대요, 에이스가 좀 더 단단해서 허리 아픈 사람들은 거기가 더 낫다던데- 하는 한 마디에 그렇게 고심해서 골랐는데도 잘못 산게 아닌가 후회가 되고.

요즘 자꾸 궁금해지는것은 메모리폼 매트리스 중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삼분의 일과 마스슬립 매트리스이다. 일단 환자분들의 후기가 종종 눈에 들어오다보니 너무 궁금하다. 지옥의 잠자리에서 벗어났다, 꿀잠을 자게 되었다 이런 류의 후기를 보게 되면 너무 솔깃해서...

심지어 삼분의 일은 스타트업 출신이라 가격 메리트도 상당한데. 아아아. 불과 2년전 혼수 고를때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없는 시간 쪼개서 다녔던 기억이 참으로 무색하다. 이제와선 이미 다른 매트리스에 이렇게 눈길이 가고 아쉽기만 하니. 이게 사실 다 내 몸 문제인거 같기는 한데! 혹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소비의 고리인 것일까. 계속해서 새로운 물건을 소비하는 것에서 안정과 만족을 느끼게 되는 나약한 한 인간으로...

몸이 건강하고 유연해져서 어디서 자든 뭘 입든 뭘 먹든 언제나 상쾌하게 살고 싶다. 뭘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 밝음과 여유는 자세히 보니 건강한 체력에서 나오는 것이더라.

오늘도 그날을 향해 열심히 운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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