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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Jan 26. 2020

북한산 제빵소

올해는 휴일이 없기로 악명높은 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설날 연휴가 괜히 조바심을 내게 만들었다. 이거 끝나고 나면 쭉 달려야 한다는 생각.

그래봐야 본가 시댁 하루씩 다녀오면 남는건 이틀인데 몸은 피곤해도 아주 멀지 않은 데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포스트에서 자주 보이던 북한산제빵소가 생각났다. 은평 한옥마을도 집 때문에 관심이 많았던 곳이라 겸사겸사 가보자는 생각에 길을 나섰다.

우리집이 경복궁은 꽤 가까운데 그럼에도 은평은 생각보다 먼 곳이었다. 인왕산을 지나자 차가 막히기 시작하더니 불광부터는 왠 골목길로 접어들어 아주 고생을 했다. 은평구는 역시 멀구나. 뉴타운에 접어들자 신축아파트들이 깔끔하게 펼쳐지며 좋아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멀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가 많은 걸까. 이제 연휴에 지방 내려가는 사람들이 없긴 하다만 그래도 여기 이 많은 차들은 뭐지.. 설마 다 한옥마을 가는 차들인가 했는데 일부는 맞았다.

외곽으로 이렇게 차까지 몰고 나가는 이유는 북적거림이 싫어서, 그리고 일부나마 자연을 느끼고 싶어서 가는 것인데 오늘은 대실패였다. 물론 블로그 후기에 보면 이미 북적거림에 대한 예고가 있긴 했다. 주말은 도저히 붐비니 평일 낮에 가는게 좋겠다는둥. 그래도 연휴라 좀 낫지 않을까 이상한 추측을 하며 갔지만 틀렸다.

한옥마을 내 단독 4층 건물을 통째로 다 쓰고 있는 북한산 제빵소는 사람이 없으면 참 좋을 텐데 사람이 많아서 매력을 전부 잃어버린 그런 카페였다. 후기대로 평일 낮에 오면 아주 좋을거 같았다.

자리는 만석에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이 자리 탐색하느라고 왔다갔다 층을 오가는 바람에 정신없고 시끄럽기가 아주 난리였다. 오후 3시쯤 들어갔으나 이미 베이커리는 동이 나고 몇개 없었고 사과 페이스트리에 커피, 차를 시켰지만 모두 맛도 별로였다.

2,3층의 넓은 공간은 테이블이 많은데 사람이 전부 들어차 너무나 시끄럽고 진이 빠졌다.

3층의 일부 격리된 조용공간과 노키즈존이라는 4층이 유일하게 전망과 편안함을 확보한 곳이었지만 자리가 몇개 없기 때문에 그 자리 눈치보며 맡는 데에서 이미 지칠지경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어렵게 확보해선지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날 숙제 다 끝낸거 같은 표정으로 일부 눈을 감고 편히 뒤로 기대 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트레스 받으러 온건 아니지 않냐는 남편 말에 그냥 아무 자리나 앉아서 1시간쯤 있다가 나와서 한옥마을이나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전망이나 쾌적함이 아니었다면 그냥 가까운 카페를 갔을 것이다.

예전 동쪽에 살때는 가끔씩 올림픽공원에 가서 몽촌토성 쪽이나 너른 잔디밭에 가서 탁 트인 가운데 맘의 휴식을 얻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쉽다. 그렇다고 은평구가 절대 가깝지도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면 부암동 산모퉁이카페도 그렇고 안 그런 곳이 없었다. 

이미 전 국민이 다 서울로 몰려와서 사는 이 시대에 그렇게 한적하고 세련된 쾌적함을 그리는 건 신기루 같은 꿈이 돼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주말마다 차를 달려 몇시간씩 떨어진 외곽까지 다녀올 수도 없고.

아쉽지만 이젠 도시의 개미로 사는 것에 적응해야겠다.

돌아오는 길은 카카오네비가 아닌 네이버네비로 안내받으니 편하고 시원하게 왔다. 카카오네비는 왜 자꾸 골목길로 안내를 하는 것인지. 주위에 바꾸는 사람 많다던데 이제 나도 네이버로 갈아타게 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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