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크 Mar 12. 2020

자본주의의 원리

몇 년간 직장 사람들과 만나면 오로지 화제는 집 마련, 부동산이었다.

지금도 그건 큰 변함이 없다. 이러니 저러니 하는 사이에 다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마련했고 집이 아직 없는 사람들은 푸념을 하면서 관망하는 중이다. 나도 17년 신혼집 구매 타이밍을 한번 놓치고 전세로 들어간 이후 무서운 가격 급등기를 함께 하는 중이라 일부 집 마련에 대한 의욕도 잃어버렸고 별 생각이 없어진 참이다. 답답한 마음에 사람들은 금융위기가 오지 않을까, 이렇게 오르는 건 말이 안된다는 둥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사회구조적인 엄청난 변화가 오지 않는 이상 서울 집값은 안 떨어질 것 같다. 그게 자본주의의 속성이니까. 예전 피케티 책이 나왔을 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었는데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을 앞지른다는 그 내용은 그때도 지금도 공감하는 바이다. 그리고 돈이 돈을 낳는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가장 큰 부작용은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인 것이다. 먼저 돈을 버는 사람, 먼저 자본을 확보하는 사람이 계속 갈 확률이 높다. 

코로나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서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경제가 무너진다는 이 와중에 서울 아파트값은 오르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 얘기를 친한 동료와 이야기 끝에 했더니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이가 크면 모노폴리 게임부터 시키고 이 자본주의의 원리에 대해 가르쳐야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부루마불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인기가 많아서 친구들 친척들 모였을 때 자주 했었던 게임이었다. 생각해보니 게임의 원리(?)도 비교적 빨리 터득해서 곧잘 이겼던 거 같다. 그 원리라는 건 게임 초반에 있는 돈을 과감히 써서 1) 목 좋은 곳, 2) 비싼 곳 을 선점하는 것이었다. 주로 3, 4구간에 있는 지대가 비싼 도시들을 먼저 사두면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길 확률이 높았다. 그게 자본주의에서 이기는 간단한 원리였다. 그러고 보니 게임의 원작도 모노폴리였다. 땅을 독점하는 사람이 이긴다.

참 잘 만든 게임인데 뭔가 무섭네. 그건 그렇고 게임의 원리는 일찍 터득했는데 왜 난 집을 빨리 안 산 것일까;

일단 일정 수준의 자본을 확보하고 나면 그 불어나는 속도는 어쩔 수 없고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의 경우는 어느 정도 규제를 통해서 독점, 과점을 막는 수밖에 없다. 지난번 한 강의에서 듣기를 자본주의는 야수성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관리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공감가는 말이었다.

하나의 정책을 정할 때엔 그 파장이 생각보다 다양해서 처음 의도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책을 정하는 사람들은 정말 머리가 좋으면서 한편으로 정의와 이상적인 생각도 가져야 할 거 같다. 옛날엔 그런 정책 결정을 통해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ㅎㅎ 

이젠 그냥 개인의 살 길을 찾는 것이 더욱 큰 문제가 되어 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긴 인생을 살아가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