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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Jul 02. 2020

복숭아

난 새콤달콤한 과일을 좋아한다.

여름이 오면 그래서 기쁘다. 내가 좋아하는 과일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 그중에서도 역시 제일로 꼽는건 복숭아다. 복숭아의 이름의 기원은 뭘까? 모르겠지만 아무튼 천도복숭아는 하늘에서 신선이 먹는다는 과일로 알고 있다. 얼마나 맛있으면 하늘의 과일이라고 했을까. 그런데 맛있는 복숭아를 먹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전부터 엄마가 말했었다. 맛있는 복숭아 고르기는 참 어렵다고. 사과, 참외, 토마토, 수박 등 다양한 과일에 고르는 눈이 생긴 엄마도 복숭아 고르긴 어렵다고 했었다.

농산물 직거래 카페에 들어가면서 나는 복숭아도 종류가 많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오월에 첫 시작하는 오월도부터 시작해서 신선, 신비, 썬프레이 등 천도복숭아만 해도 왠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ㅎㅎ 사진만 봐도 입에 침이 고이는 복숭아인데 고르기가 힘드니 후기가 좋은 판매자 위주로 해서 계속 구매를 해보았다.

사실 작년에는 복숭아가 풍작이었는지 판매자도 많았고 주문하는 것마다 맛도 좋았다. 새콤달콤한 맛에 초여름 한철은 천도복숭아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올해는 영 잘 맞질 않는다. 신기한 게 천도복숭아는 생긴건 빨갛고 단단하고 멀쩡한데 당도는 참 알 수가 없다. 크게 덥지도 않은 날씨에 세척 후 이틀 정도 상온에 두었더니 대부분이 누렇게 말라 뭉그러지길래 화가 나서 환불을 요청할까 했지만 결국 접었다. 과일은 역시 복불복.

다만 가장 유명한 판매자에게 어렵사리 구매 성공한 신비 복숭아는 복숭아의 신세계를 체험하게 해주었다. 내가 기대하고 상상하던 복숭아의 참맛. 

엄마랑 동생은 사과 팬이라 뭐니뭐니해도 사과만한 과일이 없다고 하지만- 역시 나에겐 복숭아가 최고다. 여름에 태어나서 그런가. 홍로센 자두도 조금 사서 후숙 중인데 벌써 즐겁다. 실패한 복숭아는 아쉬워도 잊고 다시 한 번 천도복숭아 구매를 시도해야겠다. 예전 친정 동네에는 뭘 사도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하는 멋진 과일가게가 있었는데 우리 동네에는 그런 곳이 없어 아쉽다. 

자영업이 어렵다고 하는데 또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 입맛에 맞는 물건 파는 가게가 없는게 아쉽다. 옷도 먹는 것도 내 취향에 맞는 편집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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