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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Sep 06. 2020

용산, 오츠커피

한국에서 카페는 이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최근 작은 공간으로 골목 골목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까지 늘어나는 카페들을 보며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할일 없는 주말엔 한 번씩 안 가봤던 카페에 가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온다. 예전에는 모여서 얘기하기 좋아하는 우리 문화에 딱 맞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얘기하는 사람보다 각자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가지고 조용히 앉아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이제 카페는 사람들에게 집을 대체하는 공간의 개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맛 좋은 커피나 디저트에 특화된 곳들을 찾아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음료의 맛을 예민하게 따지기보다는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을 찾아가는 것 같다. 그것도 최근에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완해 주는 것이 카페라는 공간이 하는 역할이 아닌가 싶다. 10억이 넘어가는 값을 주고 들어가는 아파트는 공용공간, 녹지공간은 거의 없고 이웃과 완전히 단절된 고립된 형태의 주거시설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서양식 단독주택은 사실상 꿈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그런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제한적인 기회이고 많은 사람들은 더 좁고 더 열악한 집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낮에는 답답한 집에서 탈출하여 아늑하고 편안하게 꾸며놓은 단층의 공간, 여러 사람들이 어울리는 공간인 카페로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프랜차이즈 대형카페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그렇지만 소위 감성카페라 불리는 작은 개인 영업 카페들은 여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조심하기 위해서 최근엔 집 근처에 있는 작은 곳들만 잠깐씩 들렸었다.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서 용산 오츠커피로 향했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했지만 기차역이나 미군기지 때문인지 뭔가 안정적으로 개발되지 못한 동네. 그런걸 보면 확실히 아파트 단지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 사람들이 살면서 동네도 어느 정도 정돈이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이 근처는 신기하게도 단지 하나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주상복합 건물들만 자리하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츠커피는 강원정 때문에 알게 된 카페인데 이미 블로거나 사람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좀 난 거 같았다. 이 근처에 카페가 많이 없는 때문이기도 하고 카페 자체도 좋은 곳인 거 같고. 처음 오츠를 알게 된 건 상수역 본점인데 그쪽도 의외로 맘에 드는 카페가 없어서 점심을 먹으러 가면 2차로 항상 들렸던 친숙한 곳이었다. 그리고 분점은 신기하게 용산 쪽에 생겼는데 본점과 달리 1층에 독채로 더 넓고 따뜻한 느낌으로 자리하고 있다.

삼계탕은 여러 번 먹으러 왔는데 묘하게 항상 저녁에 오다보니 오츠는 외관만 훑어보고 돌아갔었다. 오늘은 마침 여유를 가지고 효창공원부터 쭉 걸어서 왔다. 아, 그런데 놀랍게도 만석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번화가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교통도 애매한 곳인데- 그리고 자리도 꽤 많은 편인 이 카페가 만석이라니. 역시 코로나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구나 싶었다.

다행히 조금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나무로 지은 큰 오두막 같은 내부 공간은 편안한 느낌이었다. 언제쯤 내 집을 마련하고 또 내가 원하는 대로 편안하고 아늑하게 꾸밀 수 있을까? 정부 부동산 정책이 요동치는 가운데 집값은 결국 또 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전세는 이러다가 없어질 것 같고 집값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의식주는 모두에게 필요하고 또 꿈을 펼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데 현실에서는 그게 참 힘들다. 팍팍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카페는 여기저기 작게 생겨난 숨 쉴 공간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만석인 카페가 있는가하면 또 많은 수의 가게들은 코로나 직격탄으로 문을 닫기도 한다. 쉽지 않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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