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강> 글쓰기 숙제 : 강렬한 첫 문장으로 독자를 홀려라.
요즘 쓰고 있는 소설의 첫 문장을 수정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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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달리고 있다 생각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거추장스러운 파티용 드레스와 힐은 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10초 후에 끊긴 언니의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다투던 소리와 수영장 물소리가 나의 걸음을 재촉하게 했다. 그리고 캐서린의 집 <애플트리 하우스>를 나서기 전 보았던 광경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은 무엇을 보고 있었던가?
‘애자 언니는 괜찮겠지?’
집의 불빛이 희미하게 보이자 걸음을 재촉했다. 순간 모든 불빛이 꺼졌다. 순식간이었다.
누군가의 비명이 들릴 것 같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낮게 깔린 엔진음이 들려왔다. 바다 어딘가에서, 천천히 멀어지는 요트 소리였다.
파티에서 반쯤 취해 있던 애자 언니가 걱정되었다. 전화를 걸었지만, 자동응답으로 넘어갔고 언니는 받지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문을 밀자, 희미하게 일렁이는 촛불들이 보였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불빛이 길을 만들고 있었다.
바다와 연결된 계단 위에 파티 내내 보이지 않던 캐서린을 포함한 네 명의 한국인이 서 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실루엣으로 유추해 볼 때 왼쪽부터 애자, 세연, 지은, 캐서린, 그들은 말없이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들어왔는지조차 모르는 듯했다. 숨소리도 조심스러웠다. 집을 나서기 전에 보았던 같은 광경에 리처드만 보이지 않았다.
공기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떠돌았다.
그들에게 다가가려 할 때 무언가 반짝였다.
리처드의 은빛 커프 링크스의 한쪽이었다. 자연스레 떨어졌다고 하기엔 누군가 잡아 뜯은 듯 소매 끝 천과 함께 달려있었다.
나중에 돌려주리라 생각하고 조심스레 그것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중압감에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 리처드가 사라졌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도록 누구도 그의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