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작가님 소설반 글쓰기 숙제 - 8 (소설 '제부도'를 읽고)
[서하진의 '제부도']를 읽고 간략한 감상 남기기
*사진 출처 : Pixabay
섬에 버려지는 강아지들이 떠올랐다. 언젠가 뉴스에서 '애완견'이라 불리며 사랑을 받던 강아지들이 '반려견'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주인들에 의해 버려진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 집으로 찾아올 것을 우려해서 가능한 멀리, 이왕이면 아예 돌아올 수 없는 섬에 두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여 전했다. 정서지능이 높은 강아지들이 주인의 마지막 냉대를 느끼지 못할 리가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런 강아지들과 닮아 있었다.
주인공인 그녀는 가정이 있는 남자를 만난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애틋한, 소위 일반적인 불륜 커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그저 뒷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심한 그를 사랑하고, 그는 그녀에게 일관되게 무관심하며 오로지 몸만 탐한다. 스킨십을 피하는 그녀에게 '너답지 않다.'라고 함부로 말하지만, 그녀는 그를 밀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관심을 사기 위해 일부러 옅은 화장을 하고 기운 없는 표정으로 그를 대한다. 연민이 느껴지는 한마디를 듣기 위해. 그렇게 그의 사랑이 아직은 남아있음을 확인한다. 그렇지만 그는 가정의 책임을 저버린 남자가 아니던가. 그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아내와 애써 입양한 아이 그리고 주인공마저 놔두고 죽음으로 도망쳐 버린다.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책임을 다하는 사람은 '엄마'라는 존재이다. 먼저, 주인공의 엄마는 믿었던 남자에게 버려졌지만 자식 곁을 끝까지 지킨다. 주인공이 엄마가 첩이라는 소문을 듣고 왔을 때, 누가 그런 말을 하냐고 따지지도 않고 묵묵히 감정을 삼킨다. 주인공은 가끔씩 내뱉는 한숨으로만 엄마의 심정을 짐작할 뿐이다. 주변의 수군거림에서 도망치는 사람은 주인공이었고, 엄마는 언제나처럼 조용하다. 죽음까지도 고요하게 물에서 맞이했다.
두 번째 엄마는 횟집 안 주인이다. 처음엔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지 의아했다. 짧은 단편 소설에서 의미 없는 등장인물을 계속 나오게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나오는 '아이'라는 단어를 보며, 이 횟집 안주인의 역할과 연관 지어 보았다. 마지막 즈음, 주인공이 사랑했던 그와 함께한 꿈에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표현을 읽으며, 주인공이 아이라는 책임에 묶이고 싶었다는 걸 알아챘다.
손에 닿을 듯 낮아 보이지만, 자꾸만 달아나는 구름의 집에서 등에 아이를 업고 나타난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짊어지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던, 그 책임을 업고 있는 횟집 주인을 마지막까지 생각한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늘 휑 한 그 가게를 다시 찾아가고, 주인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며 원인 모를 울적함을 느낀다. 그리고 기어코 확인한다. 그 허름한 곳에 자신이 원했던 삶이 있으나 끝내 잡을 수 없다는 걸. 어쩌면 그때, 아주 조금 남았던 이생에 대한 미련이 완전히 끊어졌을 수도 있다.
결국 주인공은 자기에 대한 책임마저 저버린다. 삼 년간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고 늘 그 자리에 있던 그녀는 언제 피는지, 지는 줄도 모르는 싸리꽃처럼 잠잠히 자신을 버린다. 아무도 모르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자신이 마음을 내어주었던 그와 그토록 바랬던 엄마의 품으로 돌아간다. 계속 묘사되는 쓸쓸한 제부도의 모습, 길이 열리는 첫 문장처럼 들어가고 또 나올 수도 있었던 그 섬에 그녀는 영원히 갇히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