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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후나 Sep 10. 2024

9월의 밑줄(1/3)

인생의 모든 답을 책에서 구하는 중

09월 02일 월요일 기록  


우리의 뇌는 쾌락만큼이나 고통을 환대하며, 우리의 본성은 안락한 감각만큼 의미있는 성장을 추구한다.

_ 김지수, <최선의 고통> 추천사 중


수영 선생님도, 크로스핏 선생님도, 태권도 선생님도 나한테 그랬다. 어릴 때 만났으면 무조건 운동하라고 했을 거라고. 지금이라도 아마추어 경기에 나가자고. 탐난다고.


이 말을 내 피티 선생님이며, 스포츠 윤리학 박사인 친구 D에게 말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I can see that. You have that character. You like pain."

(알 것 같아. 니 성격 때문에 그렇지. 너 빡쏀 거 좋아하잖아.)


고통이라는 단어, 나랑 닮은 단어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데, 맞는 거 같다. 그러니 혼자 자유 수영할 때도 굳이 머리 들고 자유형 드릴을 하고, 안 쉬고 20바퀴를 돌고, 비로소 목에서 피맛이 나야, 아 오늘 수영 좀 했구나 그런 마음이 드는 거지.


나는 어쩌다 이런 내가 된 걸까?

09월 03일 화요일 기록  


내향인이든 외향인이든 제일 재미난 자극은 다른 인간

_ 서인국, 유퀴즈 인터뷰 중


요즘 여러분에게 가장 재미난 인간은 누구인가요?

09월 04일 수요일 기록  


그들은 직선이 아니라 삼각형이었고, 내가 몰랐던 그들의 세번째 꼭짓점은 바로, 나였다.

_ 문지혁, <중급 한국어>, 115쪽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둘째는요?

매일 한 번 이상 받는다. 남편은 대문자로 NO. 나는 소문자로 maybe?

지금 삼각형 구조도 참 좋다. 사각형은 내가 너무 욕심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


09월 05일 목요일 기록  


글쓰기는 일종의 여행이에요. 갔다가 오는 것, 이것이 서사의 기본 구조죠.

_ 문지혁, <중급 한국어>, 37쪽


얼마 전 친구가 저를 인터뷰해 주었어요. 그걸 업무에 사용해야 해서 그 친구가 문서로 정리해서 보여줬습니다. 제가 인터뷰이가 되고 그 대화가 문서화된 걸 본 게 처음이었어요. 내가 한 말이 맞는데 다른 사람 말 같기도 하고 더 멋있어 보였어요. (친구의 애정 필터 덕분이겠죠.)


<인터뷰하는 법>에서 좋은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둘 다를 변화시킨다고 했는데, 전 확실히 그 대화 이후에 변했어요. 첫 질문부터 대답하기 어려웠는데, 대화를 나누며 함께 대답을 찾았거든요. 그 경험이 정말 신비로웠습니다. (아직 신비롭다는 말 외에 제 안에서 처리가 안 돼서 멋진 기분인데 멋진 말로 표현이 안 되네요. 이 표현의 한계여!)


인터뷰도 글쓰기처럼 여행인가 봐요. 질문이라는 비일상을 만나니까요.


09월 06일 금요일 기록  


희망을 붙들지 말고 절망에 물들지 마세요. 그냥 하는 겁니다. 우리가 그냥 살듯이.

_ 문지혁, <중급 한국어>, 166쪽


시험관 8차가 돼서야 이 문장을 만난 건 그래도 행운이었다.

정확히는 이 문장이 아니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나온 문장이었다.

“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 아주 담담하게.”

이 문장을 읽고 그래 나도 매일매일 2대의 주사를 맞는다. 아주 담담하게, 로 마음을 바꾸고 그제야 시험관에 머리채를 잡히지 않고 일상을 살아내며 병원을 다녔다.


오늘 이 문장을 다른 책에서 보고 그때로 잠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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