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0페이지씩 읽는 생활의 기록
07월 07일 월요일 기록
사람은 그렇게 괴물이 되는 거야. 그렇게 뼈저리게 들은 당부를 매순간, 자연스럽게 잊고 있다는 것을.
_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142쪽
뼈저리게 들은 당부 중 매순간, 자연스럽게 잊고 있는 것. 나는 얼마나 많을까?
07월 08일 화요일 기록
뼈에도 나이테라는 것이 있다면 나기네 밥을 먹고 자란 시절의 테가 분명 있을 것이다.
_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40쪽
딸 입에 넣어주겠다고 처음으로 갈치를 구운 날, 콩나물무침을 처음 해낸 날, 알 수 없이 깊이깊이 뿌듯했는데, 새끼를 먹이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랬구나. 내가 하는 음식이 누군가에게 집밥, 엄마 밥이 되는 거라니 세상에.
07월 09일 수요일 기록
문득 학교에서 배운 서사 이론 하나가 떠올랐다. '작가로서 당신이 누군가에게서 뭔가 뺏고 싶다면 그에게 먼저 그걸 주어라'라는 법칙이었다. 그래서 이연은 지금도 소설이나 연극,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지을 때면, 사랑이나 어떤 성취 혹은 명예 앞에서 너무 벅찬 감정을 표할 때면 어김없이 '저 사람 곧 저걸 잃어버리겠구나' 예감하곤 했다.
_ 김애란 <홈파티>, <안녕이라 그랬어>, 43쪽
내가 가장 빼앗기지 않고 싶은 건 뭘까? 잃어버리지 않고 싶은 건?
07월 10일 목요일 기록
자신이 경험한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 혹은 이미지로만 접한 것을 끌어다 비유로 쓰면 역효과가 납니다. 저도 이 뒤로 '칠흑 같은 어둠'이란 말을 안 써요. 칠흑을 본 적이 없거든요.
_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169쪽
퇴고할 때 제일 많이 지우는 게 비유나 은유였는데, 왜 지우고 싶었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07월 11일 금요일 기록
새로울 게 없는 글은 냉정하게 말해서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글이죠. 해롭지도 않지만 이롭지도 않은 글입니다.
_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192쪽
찔리는 문장. 읽어도 안 읽어도 그만인 것들은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