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뭘 완주하는 중일까?
06월 23일 월요일 기록
저는 글을 쓰고 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주제라고 생각하는 핵심문장에 밑줄을 그어요. 글 한 편에 밑줄을 여러 개 긋기도 해요. '아,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해.' 이럴 땐 글의 메시지가 한 가지가 아닌 거예요. 한 번에 다 말하려고 하면 한 가지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주제별로 글을 독립시켜주세요.
_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131쪽
은유샘과 함께하는 메타포라에서 처음 접한 낭독과 합평의 세계에 진입한지도 반 년이 지났다. 당연하게도 이 분야에도 능력자들이 있고, 그들은 대부분 합평할 때 핵심문장에 대해 말하는데, 평소에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가, 이 문장을 보니 확실히 알겠다. 그때 왜 핵심문장에 대해 말했는지. 메시지가 여러 개여서 말한 거였구나.
06월 24일 화요일 기록
저는 특정 상황을 보여주듯 쓴 글로 마무리하는 걸 선호해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글을 마무리하여 만든 여운 속에서 독자 스스로 의미를 챙겨가는 방식의 마무리. 이런 결론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_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137쪽
독자 스스로 의미를 챙겨가는 방식의 마무리를 잘 못한다. 굳이 굳이 메시지가 이거고, 이 연사 외칩니다라고 귀를 후비고 싶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것처럼 쓴다. 내 추구미는 바로 여윤 속에서 마무리하는 것. 은유샘이 어려워도 뒷심을 내서 마무리를 잘 해보라고 했다. 샘 말은 또 내가 잘 듣지.
06월 25일 수요일 기록
제목에 두 가지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에 관한 정보 그리고 호기심을 끌 만한 요소. 풀어서 말하면 제목만 보고도 독자가 '이 글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구나'하고 메시지를 파악하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겨야 한다는 겁니다.
_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147쪽
반성합니다. 그동안 게을러 터져서 제목을 그 따위로 지었습니다.
06월 26일 목요일 기록
한편 저는 '이 글이 어떻게 끝날지 알지 못한다.'라는 입장을 지닌 채 결론을 열어놓고 쓰죠. 결론을 모른다는 점에서 막막하지만, 그렇기에 글을 쓰면서 나도 몰랐던 생각과 의외의 문장을 만나는 짜릿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에게 글쓰기의 기쁨이란 곧 발견의 기쁨입니다.
_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134쪽
여러분, 저도 이 발견의 기쁨을 태어나 처음으로 지난주 경험했어요. 은유샘이랑 읽고 쓰는 모임, 메타포라 12기를 3월에 끝내고, 아쉬운 마음에 멤버들과 후속 모임으로 이어서 읽고 쓰고 있어요. 지넌 목요일이 제가 발표할 차례였고요. 당일 새벽까지 한 자도 쓰지 못했어요. 쓰고 싶은 주제는 있었지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최초로 빵꾸를 내봐야겠다, 다짐을 하고 잠들었어요. 별안간 새벽 1시 눈이 떠지더라고요. 마감이 이렇게 무서워요. 자는 사람도 벌떡 일어 내켜서 글을 쓰게 만들다니. 그리고 뭘 쓸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을요. 아빠랑 내가 왜 이렇게 불편해졌지?라는 질문만 가진 채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10포인트로 A4 2페이지에 쓸 만큼 생각을 하니 정답은 아니라도 가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제 첫 번째 어떻게 끝날지 알지 못하고 쓴 글이었어요.
06월 27일 금요일 기록
눈부시게 내려앉는 여름 빛처럼 찾아오는 어떤 평범한 기적.
슬퍼도 무너져도 각자 몫의 완주를 해내는 사람들.
_ 김금희, <첫 여름, 완주>, 뒷 표지 중
1.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완주'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각자 몫의 완주'
2. 곧 두 살이 되는 딸과 쪼그리고 앉아서 개미를 구경하던 아침 산책과, 처음으로 말하는 단어(냠냠냠, 슈, 맘마)를 들으며 내 작은 눈이 커지는 순간이 요즘의 평범한 기적.
3. 올 여름 나의 목표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