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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이 나를 선택하는 경험이라고 해야 하나

4차 시 수업에 다녀와서

by 카후나

1. 발표를 마치며 소감


자꾸 생각나는 것, 가슴에 들어와서 나가지 않고 남아 있는 말이나 상황이 글의 소재가 됩니다. '무수히 많은 장면과 말들이 나를 스쳐갔는데 왜 이 말이 자꾸 생각날까?' 하며 유독 마음에 남는 무언가가 있다면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연히 말하면 제가 글감을 고른다기보다 글감이 저를 선택하는 거죠.

_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87-88쪽


- 원래 쓰고 있던 원고는 남편과 5년간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는 글이었어요. 초안을 쓰고 보니 마치 현황 보고서처럼, 사실은 많은데 메시지는 없더군요. 고민하다 노트북을 덮고 일요일 추모식에 다녀왔고, 시게루를 애도하는 경험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다른 걸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글감이 나를 선택하는 건 이런 걸까? 여튼 은유샘의 위 문장이 떠올랐어요.


- 아직 쓸 준비가 안된 글감이었고, 역시 울면서 하는 말이 안 들리는 것처럼 울면서 쓴 글은 전달되기 어렵구나를 배웠습니다. 설익은 부족한 글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래도 이번 발표, 글의 완성도와 전달력은 무척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제 자신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항상 자신이 부끄러운 저에게 이런 경험은 귀해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후기에 남겨봅니다.) 한 문장씩 쓰며 제 마음을 바라보고, 시게루를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애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더 용기를 내야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2. 잊고 싶지 않은 은유샘의 말

(오늘 멘탈이 좀 흔들려서, 제가 잘못 받아 적은 게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내가 느낀 것을 독자가 느끼게 해주는 게 글쓰기죠.


- 서경식은 많은 것을 바치고 섬세함을 얻은 사람인 것 같아요. 고통을 받으면 어떤 사람은 섬세해지고, 어떤 사람은 파괴적이 되잖아요. 그 이유가 뭘까 궁금해요.


- 예술비평이 재밌기 어려운데 이 책은 다르죠? 미술을 글에 사용한 것이 미술도 드러나고, 작가의 상황과 감정도 드러나는 증폭효과가 있었죠.


- 정체성을 찾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체성처럼 '무거운' 단어는 개인적인 정의가 있어야 해요. 저에게 이 질문은 내가 사회적으로 주어진 것 말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욕망이 있으며,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은 사람인가? 예요.


+

이로가 말한 서경식 님의 인터뷰를 함께 보려고 가져왔습니다. 말해주어 감사해요. 이로!

https://youtu.be/mBNKmswLMS0?si=noXjVpzHGxqYhYu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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