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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11월의 밑줄(1/2)

나혜석, 캐시박홍, 서경석, 황정은을 읽으며

by 카후나

11월 10일 월요일 기록


자기의 행복은 자기밖에 모르는 동시에

자기의 불행도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외다.

_ 나혜석, <이혼 고백장>,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172쪽


어머 너는 이래서, 저래서 행, 불행하겠네,라고 말하게 두지 않고, 내가 내 입으로 내 손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 나혜석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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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화요일 기록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자란다는 것은 권위 있는 사람이어야 할

부모의 굴욕을 목격한다는 것, 그리고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는 것.

부모가 아이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_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112쪽


어제도 하나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다가 독일인 선생님이 하는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옆에 있는 남편에게 뭐라고 했는데, 이 문장이 별안간 떠올랐다. 하나가 나의 굴욕을 목격하게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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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수요일 기록


조국(선조의 출신국), 고국(자기가 태어난 나라), 모국(현재 '국민'으로 속해있는 나라)이라는 삼자가 분열

_ 서경식, <디아스포라 기행>, 143쪽


남편의 디아스포라적 삶에 대해 생각해 봤다.


조국-슬로바키아

고국-슬로바키아

모국-독일

거주지-한국


+ 딸은

조국-한국, 슬로바키아

고국-한국

모국-한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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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목요일 기록


혐오라는 태도를 선택한 온갖 형태의 게으름.

_ 황정은, <일기>, 72쪽


어제 카페에서 옆 테이블 아줌마가 하는 소리를 듣고 혐오감이 올라왔다. 70대로 추정되는 그녀는 85년생 딸이 청약받은 반포 아파트가 8년 동안 20억이 올랐고,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고 했다. 내 딸이 이렇게 돈을 벌었잖아? 하는 자랑을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것이라는 겸양을 코팅해 말하는 것이 거북했다. 돈을 달라고 교회에 가는 사람들이 있겠구나. 하긴 예전 남자 친구가 압구정에 있는 대형교회를 다니는 이유도 인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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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금요일 기록


내가 아주 강력한 동질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는 걸 알았다. 한국인, 가족, 이웃, 여성. 실은 동질 하지도 않은데 동질 하다는 강한 암시와 압박이 있고 그 속에서는 동질성 자체는 물론이고 이질성이나 다양성을 생각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것을.

_ 황정은, <일기>, 129쪽


사전적 정의

동질성: 같은 성질이나 특성

이질성: 서로 바탕이 다른 특성

다양성: 여러 가지 양상을 가진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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