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답을 책에서
10월 16일 월요일
그래, 내가 뭐관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_ 박완서,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이런 교만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내 마음속에 생기는지 이 문장을 읽다가 교만한 나를 흘겨봤다.
10월 17일 화요일
누군가의 슬픔을 알면, 정말 알면, 무엇도 쉬이 질투하게 되지 않는 법이니까. 어려운 형편은 모르고, '좋아 보이는' 면만 어설프레 알 때 질투가 생긴다.
_ 박연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남편은 질투가 사람이 가지는 마음 중에 가장 못생긴 것이라고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질투를 자주 품어서 그 마음이 내 입을 삐죽거리게 할 때마다 남편의 말을 생각했다. 그러면 내 존재가 못생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이 문장을 만났다. 동의했다. 맞아. 전체 이야기를 알면 질투는 느껴지지 않지
10월 18일 수요일
타인에게 이유 없이 다정할 때 존자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플롯이 바뀝니다.
_ 김연수,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 부분, <너무나 많은 여름이>, 114p
타인에게 이유없이 다정할 때 플롯이 바뀐 경험이 있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있다 이 문장. 김연수 작가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봐.
10월 19일 목요일
누가 내 등뒤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눌러서 꺼버린 것처럼 내 의지와 무관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_ 최은영, <밝은 밤>, 264p
잠에 대해 생각했어요. 모든 것은 몰려다니는 느낌인데 잠도 그런 것 같아요. 잠이 넘치는 시간을 살아내니, 이제 잠이 희박한 시간이 왔네요. 요즘은 전원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내 의지와 무관하게 잠에 빠져들고 있어요. 이러다 또 잠이 넘치는 시간이 또 오겠죠?
10월 20일 금요일
칙칙해지지 말자.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자. 크게 소리 내어 웃어라. 먹고, 마시고, 흥겨워해라. 순간에 충실해라. 삶은 계속된다.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말을 되뇌어라. ‘그렇다고 별 수 있나?’ 여기, 우리는 이렇게 살아있다.
_ 한수희,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칙칙해지지 말자는 갓수희 언니의 말이 몇 번이나 나를 살려주었는지 모른다. 2021년 여름에 뱃속에 아픈 아기를 보내주고 그 구멍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22년 1월에 이 책을 읽고 모든 페이지에 밑줄을 그었는데 그중에 이 말. 칙칙해지지 말자는 말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색이 바래서 채도란 채도는 다 빠진 사람이 되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있다가 이 문장이 내 앞에 거울을 가져와 보여줬다.
오늘 아침 2개월 된 딸을 돌보며 피곤으로 칙칙해진 내가 다시 이 문장을 꺼내 보고 다짐한다. 칙칙해지지 말자. 이 문장은 앞으로도 몇 번이나 더 나를 구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