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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후나 Nov 03. 2023

10월의 밑줄(3/3)

인생의 모든 답을 책에서

10월 23일 월요일


마음의 절연체. 절연체로 둘러싸인 그릇이 온도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도 이 순간에 멈춰 있자고 말하고 싶어 진다. 더 뜨거워지지 말자. 더 차가워지지도 말자. 마개를 꼭꼭 닫아두자. 당신과 나라는 그릇이 성능 좋은 절연체를 두른 보온병과도 같은 지금.

_ 김소연, <마음사전>, 39p


마개를 꼭 닫아두고 싶은 마음, 있으신가요?


10월 24일 화요일


예정했던 곳에서 예정했던 일을 한 적보다는 예정에 없던 곳에서 예정에 없던 일을 한 적이 훨씬 많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_ 김소연, <나를 뺀 세상의 전부>, 164p


지금 나와 내 인생을 구성하는 것 중 예정했던 것이 하나라도 있나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10월 25일 수요일


세상은 초고를 끝내 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뉩니다.

_ 김보희, <첫 책 만드는 법>, 60p


3주 전에 개발사와 회고미팅을 했다. 분명 회고 미팅이었는데, 개발사 매니저님과 대표님은 그래서 론칭을 어떻게 할 거냐고, 마케팅은 어떻게 할 거냐고 앞으로의 일들 마구 물어봤다. 자신 없는 얼굴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직 아기 보느라 정신이 없다고 얼버무렸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은 대표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서비스니 대표님의 경험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마케팅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방법이었다. 내가 고작 생각한 것은 검색창에서 잘 보이는 것이나, 일부 병원과 협업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그들의 말이 맞다. 내가 고객이라도 이 서비스가 어떤 마음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것인지가 정말 궁금할 것 같다. 난임생활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든 서비스는 믿지 못할 것 같다. 줌콜을 마치며 두 분은 내게 숙제(?)를 내주셨다. ’ 내가 난임치료를 받다가 스타트업을 만든 이유‘를 표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달라고. 그게 글이든, 유투브든 내가 편안한 방식으로.


3주 내내 손도 못 대고 있다. 나의 경험은 모두 둥글게 주먹밥처럼 꽁꽁 싸있어서 어떻게 개발을 하게 되었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그러다 오늘 아침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집 앞 카페에 나와서 딱 한 시간을 썼다. 그리고 희희님의 책을 꺼내 읽다가 이 문장을 만났다. 세상은 초고를 끝내 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뉘는구나. 그럼 나도 이쪽에서 저쪽으로 한번 건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이고 뭐고, 일단 초고를 끝내 본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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