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스테이츠 PMB 10기] UX 평가하기
하드웨어 연동성 말고
애플뮤직의 장점이 또 있을까?
불과 며칠 전, '유튜브 뮤직 좋다, 짱이다, 왜 안 쓰냐!' 부르짖던 내가 이렇게 애플뮤직 분석 포스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이유는 최근에 에어팟3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명확히 말하면 공모전 수상해서 부상으로 받은 것이다^--^*) 2-3년 전에 직구해서 사용하고 있던 에어팟2와 이별하고, 에어팟3를 나의 아이폰 12 Pro와 새롭게 페어링 하니 별안간 이런 알림이 떴다.
이미 유튜브 뮤직을 결제까지 해가면서 잘 쓰고 있던 나였지만, '써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던 건 떡하니 쓰여 있는 무료 기간과 만료 기간 때문이었다. 1-3개월의 체험 기간을 제공하는 게 대부분인 여타 구독 서비스들과는 달리 시원하게 6개월, 즉 반 년이라는 기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심지어 지금 안 쓰면 이 혜택이 영영 날아간다는데...!
그리고 지금 사용 중인 유튜브 뮤직과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애플뮤직이 과연 6개월이라는 무료 기간 안에 나를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도 궁금했고. 일종의 셀프 실험인 셈이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애플뮤직이란 앱 자체를 켜보는 게 처음인, 생짜 신규고객인 내가 느낀 좋은 UX와 아쉬운 UX를 꼽아보려고 한다.
애플은 현재(2022년 2월 기준) 에어팟, 비츠, 홈팟과 같은 음향 기기를 구입하면 애플뮤직 6개월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하드웨어끼리의 연동성을 자신들만의 락 인 전략으로 앞세우는 애플답게, 음향 기기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활용했다.
애플뮤직의 고객 유입 단계에 해당하는 무료 혜택 마케팅 뿐만 아니라, 실제 애플뮤직을 사용하는 고객의 서비스 경험에서도 이러한 하드웨어 연동성은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애플뮤직이 애플의 하드웨어와 '연동이 잘 된다'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그런 장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앱 내에 시각화해서 알려주는 방식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잘한 게 있으면 자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바로 UI/UX를 통해.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위 사진의 오디오 음질 설정이 있을 수 있다. 애플뮤직에서 음악을 듣다가 재생 바 아래의 버튼을 누르면 현재 듣고 있는 음악의 음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오디오 음질 설정을 선택하면 아이폰, 즉 하드웨어의 설정 창으로 넘어간다. 애플뮤직에서의 상호 작용이 앱 바깥의 하드웨어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능은 '내가 정말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듣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이전 포스팅에서는 유튜브 뮤직은 '양질의 음원'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어 그다지 효과적인 와우 포인트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콘텐츠의 다양성'에서 경쟁 우위를 점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모순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내가 막귀*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UI가 매우 유용했다.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 이어폰, 헤드셋 등의 음향기기로 노래를 감상할 때 음질이 좋고 나쁨을 잘 구별 못하는 귀
위와 같은 UX는 나에게 마치 이와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아이폰이 말하길, "네가 애플뮤직에서 듣고 있는 음악은 최고 수준의 무손실 음원이니까, 믿고 들으렴". 무척이나 신뢰가 갔다. 그것도 애플뮤직 앱이 스스로 '좋은 음질'을 자처하는 것이 아닌, 아이폰 설정 창에서 정보를 전달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애플뮤직은 이렇듯 '우리 이만큼 하드웨어 연동 잘 하고 있어요'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UI/UX 측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 위 링크에서 저의 유튜브 뮤직 분석 포스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차가 좀 있을 거라 예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애플뮤직의 홈 화면이 기존에 사용하던 유튜브 뮤직보다 유용하다고 느꼈다. 유튜브 뮤직 외에 다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해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그간에는 비교할 겨를이 없었는데, 이렇게 곧바로 애플뮤직으로 갈아타고 보니 두 서비스의 차이점이 도드라졌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유튜브 뮤직은 홈 화면의 최상단에 빠른 선곡이 위치해있다. 그리고 그 하단에는 다시 듣기로, 시간대별 음악을 추천한다. 그런데 나는 들었던 노래만 계속 듣게 되는 현상에 치를 떠는 타입이다. 매사에 쉽게 물리는 편이라 음악 같은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곡들을 발견하여 리프레시(?)를 해줘야 한다. 요약하자면 나는 '취향에 기반한 새로운 노래를 많이 알고 싶다'는 니즈를 가진 사용자인 거다. 그런데 애플뮤직은 홈 화면 최상단 인기 추천곡의 맨 처음에 스테이션, 즉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기반으로 '새로운 재생목록'을 만들어줘서 마음에 들었다.
인기 추천곡을 옆으로 쓸어 넘기면 내가 온보딩에서 좋아한다고 선택한 가수와 관련된 노래, 앨범, 피쳐링 곡들을 알려준다. 그래서 홈 화면 최상단만을 확인해도 몰랐던 노래를 발견할 기회를 얻는다. 실제로 나는 10cm를 좋아하지만 드라마 <도깨비>의 OST를 불렀다는 사실은 몰랐고, (도깨비를 제대로 챙겨보지 않았기 때문...) 애플뮤직 덕에 새로운 10cm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유튜브 뮤직의 사용자라면 너무나 감사할 수밖에 없는 기능이다. 일단 유튜브 뮤직은 가사가 표시되는 노래가 몇 없다(...). 가사를 확인할 수 있는 노래마저도 가사를 심심한 텍스트로 보여주는 데 그친다. 폰트 크기도 작고, 줄간격도 좁아서 읽기도 힘들다. 그런데 애플뮤직은 대부분의 노래에서 가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위 사진처럼 현재 재생되는 부분의 가사를 크게 확대해서 보여준다. 블러 처리, 투명도 조절과 같은 UX/UI의 세심한 심미성도 갖추었다.
또한 원하는 가사를 쉽고, 빠르고, 예쁘게 공유할 수도 있다. 가끔 친구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는 예쁜 가사 이미지가 궁금했었는데, 포스팅을 작성하며 애플뮤직 가사 공유 기능으로 만든 이미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 포스팅을 통해 분석했던 리디북스의 이미지 멋지게 공유하기라는 프로덕트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 리디북스의 사용자들이 콘텐츠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위 포스팅을 확인하세요!
반면, 아쉬운 UX도 당연히 존재했다. 특히 앱 서비스의 첫인상이나 마찬가지인 온보딩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위와 같은 인터렉션에 눈길이 가기도 했지만, 정작 나의 취향을 알려줘야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해를 저해하기도 했다.
또한, 취향 수집의 첫 번째 단계였던 장르 선택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일단 장르의 종류가 너무 많았고, 전부 텍스트로만 쓰여 있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단 거였다. 어덜트 컨템포러리가 대체 뭐야... 각각의 동그라미에 장르 관련 이미지를 반투명하게 첨부하는 등 힌트를 제공했다면 고르기 더 쉬웠을 것 같다.
위 카톡은 내가 애플뮤직의 고객이 된 직후 지인과 나눈 대화이다. 지인이 내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이 웃기다면서, 안에 든 곡들이 궁금하다기에 애플뮤직을 통해 카톡방으로 공유했다. 그런데 저런 지저분한 링크(...)가 전송되었고, 지인이 저 플레이리스트의 음악을 현재 사용 중인 유튜브 뮤직을 통해 들으려면 일일이 입력해서 추가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UX에서의 불편함은 애플뮤직이 의도한 것일 테다. 왜냐하면 고객이 다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려고 할 때, 큰 전환 비용을 발생시켜서 우리 서비스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락 인 전략의 일종일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불편하다고 느끼는데도 기업이 일부러 개선하지 않는 UI/UX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겠다. "사용자가 말하는 것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라는 수수나 멘토님의 조언처럼!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큰 불편함을 겪은 부분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체험해본 결과, 애플뮤직에서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하려면 무려 여섯 단계나 거쳐야 하더라(...). 나는 애플뮤직에서 온보딩을 거치고, 처음으로 몇 개의 곡을 골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다음 노래를 좀 듣다가 해당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하기 위해 미트볼 버튼을 눌렀는데, 대체 뭘 선택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를 눌렀다.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한다'는 뜻이겠지?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 생뚱맞은 화면이 떴다.
그건 이 플레이스트에 들어 있는 노래들을 다른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는 버튼이었다. (Ex. <빤스벗고 춤춱~!!!!!>에 있는 노래들을 <꼬옥,,안아주면되>에 추가하기) 이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뒤로가기를 눌렀다. 혼자서 끙끙거리던 끝에, 편집을 눌러야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결론적으로 편집 - 음악 추가 - 검색 - 음악 선택(플러스 버튼)의 과정을 거친 끝에야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할 수 있었다. 내가 아직 애플뮤직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음원 스트리밍 앱들도 곡 추가에 유사한 과정을 거칠 지 모른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제법 자주 쓰게 되는 기능임에도 뎁스가 깊다...? 많다...?* 는 것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 아직 기능 구조에 대해 배우지 않아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추후에 학습을 거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ㅠ_ㅠ
사용자로서 느낀 UX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위와 같이 UI를 바꾸어 보았다. 애플의 UI 디자인 기본 원칙(참고)에 부합하는 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놓고 보니, 만약에 '상단 버튼이 세 개나 된다니...! 너무 지저분해!'라는 또다른 불편감이 생긴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들었다.
그러면 UX 라이팅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의 경험이 개선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내가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라는 말을 잘못 이해해서 벌어진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데일리 과제 기한 동안 적절한 단어, 문장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의미를 담으려니 장황해지고, 심플하게 쓰자니 현재의 모습이 최선인 것 같았다. 문학사까지 딴 보람이 없는 것도 같았지만(ㅋㅋ) 이렇게 또 UX 라이팅의 어려움을 체감하게 되는 듯하다.
UX 라이팅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오늘의 자료 중 위 포스팅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해당 자료에서 말하길, 좋은 UX 라이팅은 사용자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사용자가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때 요구되는 좋은 UX 라이팅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clear (명확함) : 사용자가 말한 내용을 이해하고 핵심 메시지가 흐리거나 복잡하지 않음
concise (간결함) : 텍스트는 의미 있고 간결하며 목표에 집중되어야 함
useful (유용함) : 카피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상호 작용을 돕는다.
consistent (일관성) : 한 디지털 제품의 인터페이스 내 카피는 동일한 스타일, 톤, 음성 및 용어를 유지해야 함
그런 의미에서 위 동영상에 등장한 토스의 UX 라이터 두 분이 더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위 영상에는 UX 라이터님과 뜻이 맞는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TF팀을 꾸려서 토스의 UX 라이팅 가이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이때의 UX 라이터님은 좋은 UX 라이팅의 조건 중 일관성에 주목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토스에 더더욱 많은 텍스트가 담겨감에 따라 UX 라이팅의 중요성이 지대해졌고, 이에 토스라는 프로덕트의 몸집이 커질지라도 꾸준히 일관된 목소리를 추구하면서 사용자들과 인격적으로 소통·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에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추천합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