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때 내가 소띠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린 동생들이 나에게 "음매~ 음매~"하며 놀리는 것도 싫었고, 늦은 시간 학교에서 돌아와 급히 밥을 먹고 노곤한 몸을 좀 따뜻한 아랫목에 붙여보려고 하면, 엄마는 꼭 빨리 일어나 공부하라고 그러다 소 된다고 했다. 그런다고 내가 뭐 벌떡 일어난 적도 없지만 옛적에 읽었던'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생각나기는 했다.
결혼을 앞두고 시가 쪽 어른들께 인사드릴 때였다. 그중 한 분이 내가 소띠라는 얘길 듣고 중얼 중얼했던 혼잣말이 내 귀에 들어왔다. 소띠들은 고생을 좀 한다는데... 내가 살면서 둘러보니 고생 없는 인생이 없더구먼 쓸데없는 말로 새댁의 마음을 상하게 하셨던 그 어른은 나의 장남 결혼식에 오셔서 함빡 웃으시며 기뻐하시다 가셨다.
나는 좋아하는 동물들이 많다. 만지고 안을 수 있는 것이라면 뱀을 제외하고 모조리 할 수 있고, 실제로 만지거나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호랑이와 사자나 표범이나 치타 그리고 코끼리를 정말 좋아한다. 물에 살면서도 젖으로 새끼를 키우는 고래가 좋고, 상어는 무서웠는데 그 '아기상어' 노래를 수백 번 부르다 보니 상어랑도 친해진 것 같다. 곤충들의 세계 또한 무궁하다지만 아는 것은 요즘의 똘똘한 아기들(어린이 아니고 아기) 수준이다. 다만 '샬롯의 거미줄'을 읽은 후에는 거미를 보아도 소리를 지르지 않게 되었고, 벌이 사라져서 꽃과 과일이 위기라는 뉴스를 듣고는 지난번 쏘였던 손등의 따끔한 기억을 다 지워버렸다.
뜬금없이 내가 소띠라며 시작한 이 산만한 이야기는 그 소띠해를 다섯 번 맞이하고 보내고 보니 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로 부랴부랴 마무리해야겠다. 남편이 한 시간가량 후면 집에 도착하는데 오는 대로 초상집에 가야 한다며 같이 문상 가는 것이 좋겠다고 전화가 왔다. 서둘러 준비하고 위로를 보태고 와야겠다.
나의 '나는 4.'는 계속될지 말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