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미 Jun 22. 2023

나는 5. 그리고 딸

누가 나에게 건강하냐고 물으면 나는 한 박자 쉬고 나서 "지병은 없으니 그런 편이죠." 라고 대답한다. 친구들마다 한두 가지씩 먹는다는 고지혈증 약, 혈압약 혹은 당뇨약을 먹지 않아서이다. 30여 년 동안 체중의 변화가 3킬로그램 내외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체중을 관리한 것이 아니라 힘들고 지칠 때 먹는 것보다 자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세 번의 임신기간에 입덧도, 특별히 식욕이 왕성했던 적도 없었다. 다양하고 맛난 음식을 먹은 경험도 적어 메뉴를 정해야 하는 때가 오면 그저 "가리는 음식은 없어요."라고만 한다. 다만 몇 년 전 극심했던 어지럼증(메니에르증후군)을 겪은 후부터는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고 애쓰고 영양제 몇 가지를 챙겨 먹는다.


좋아하거나 잘하는 운동도 없고 결렬한 운동은 보는 것도 불편하다. 그러나 식구들이 하나둘씩 모두 자전거를 타고 즐거워할 때 나도 정말 함께 달리고 싶었다. 휴일마다 남편에게 배워 이제 막 혼자 편편한 길을 골라 타기 시작했을 때 그만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그리고 한번 배우면 평생 간다는 자전거 타는 법을 잊은 채 세월이 흘러 이제는 절대로 넘어지면 안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운전은 하지만 모르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잘 내키지 않는다.


딸아이가 주사요법이며 스포츠 마사지 요법이며 심지어 시술까지 거치며 그렇게도 피하려고 했던 외과적 수술, 허리 디스크 현미경 수술을 받았다. 6살 때에 이어 두 번째 전신마취를 하고 병원에 누워있다. 간호사 간병시스템이 가동되는 병원이어서 수술 직후 두어 시간만 곁에 있다가 왔다. 강한 진통제 수액을 맞고 있어도 아파하는 딸아이를 보니 눈물이 난다. 차라리 내가 그 자리에 누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달리기도 잘하고, 자전거도 잘 타고, 수영도 잘하고, 등산도 잘하고 헬스, 요가, 크로스핏, 복싱, SNPE 운동까지 즐겨했던 우리 딸이 병상에 누워 속상하고 슬프다. "우리 아기 빨리 회복하자! 응?!!"


작가의 이전글 나는 4. 혹은 클래식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