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건강하냐고 물으면 나는 한 박자 쉬고 나서 "지병은 없으니 그런 편이죠." 라고 대답한다. 친구들마다 한두 가지씩 먹는다는 고지혈증 약, 혈압약 혹은 당뇨약을 먹지 않아서이다. 30여 년 동안 체중의 변화가 3킬로그램 내외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체중을 관리한 것이 아니라 힘들고 지칠 때 먹는 것보다 자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세 번의 임신기간에 입덧도, 특별히 식욕이 왕성했던 적도 없었다. 다양하고 맛난 음식을 먹은 경험도 적어 메뉴를 정해야 하는 때가 오면 그저 "가리는 음식은 없어요."라고만 한다. 다만 몇 년 전 극심했던 어지럼증(메니에르증후군)을 겪은 후부터는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고 애쓰고 영양제 몇 가지를 챙겨 먹는다.
좋아하거나 잘하는 운동도 없고 결렬한 운동은 보는 것도 불편하다. 그러나 식구들이 하나둘씩 모두 자전거를 타고 즐거워할 때 나도 정말 함께 달리고 싶었다. 휴일마다 남편에게 배워 이제 막 혼자 편편한 길을 골라 타기 시작했을 때 그만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그리고 한번 배우면 평생 간다는 자전거 타는 법을 잊은 채 세월이 흘러 이제는 절대로 넘어지면 안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운전은 하지만 모르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잘 내키지 않는다.
딸아이가 주사요법이며 스포츠 마사지 요법이며 심지어 시술까지 거치며 그렇게도 피하려고 했던 외과적 수술, 허리 디스크 현미경 수술을 받았다. 6살 때에 이어 두 번째 전신마취를 하고 병원에 누워있다. 간호사 간병시스템이 가동되는 병원이어서 수술 직후 두어 시간만 곁에 있다가 왔다. 강한 진통제 수액을 맞고 있어도 아파하는 딸아이를 보니 눈물이 난다. 차라리 내가 그 자리에 누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달리기도 잘하고, 자전거도 잘 타고, 수영도 잘하고, 등산도 잘하고 헬스, 요가, 크로스핏, 복싱, SNPE 운동까지 즐겨했던 우리 딸이 병상에 누워 속상하고 슬프다. "우리 아기 빨리 회복하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