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장례식 이후 처음으로 부고를 받고 장례식장을 갔다. 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고인과 이별한 가족들을 위로하고 지인들과 담소하는 내내 나는 내 엄마 생각이 났다.
요양병원의 연락을 받고 달려가 만난 엄마는 바로 그 이틀 전 대화하고 웃음 짓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의식 없는 엄마는 입을 다물지도 눈을 뜨지도 못하고 계셨다. 이미 찬기운이 올라온 엄마의 두 볼을 만지며 "엄마, 엄마, 엄마!"를 여러 번 부르며 내가 왔다고 말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라며 정돈된 엄마를 만나게 해 주었다. 수의가 싫다셨던 엄마. 여름마다 즐겨 입으시던 마 투피스를 입고 누워계셨다. 흰색 면양말을 신은 두 발은 무명 끈으로 묶여 나란히 모아 있었고, 뼈 만 남은 두 손도 고정되어 배 위에 올려져 있었다. 고통에 힘겨웠던 표정도 펴지고 평소에 쓰시던 연한 붉은빛 립스틱을 바르신 엄마가 꼼짝 않고 누워계셨다.
이십 년 가까이 가슴에 박혀있던 인공판막 쇠붙이와 심장박동기의 잔해를 엄마의 유골 속에서 꺼내어 확인해 줄 때 가족들은 다시 오열했다. 그렇게 떠나신 지 8개월이 지났어도 종종 딸들의 꿈속에서 만나주는 엄마가 너무 고맙고 그리워서 오늘은 눈물이 난다. 하늘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