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미 Jun 23. 2023

그리움

엄마의 장례식 이후 처음으로 부고를 받고 장례식장을 갔다. 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고인과 이별한 가족들을 위로하고 지인들과 담소하는 내내 나는 내 엄마 생각이 났다.


요양병원의 연락을 받고 달려가 만난 엄마는 바로 그 이틀 전 대화하고 웃음 짓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의식 없는 엄마는 입을 다물지도 눈을 뜨지도 못하고 계셨다. 이미 찬기운이 올라온 엄마의 두 볼을 만지며 "엄마, 엄마, 엄마!"를 여러 번 부르며 내가 왔다고 말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라며 정돈된 엄마를 만나게 해 주었다. 수의가 싫다셨던 엄마. 여름마다 즐겨 입으시던 마 투피스를 입고 누워계셨다. 흰색 면양말을 신은 두 발은 무명 끈으로 묶여 나란히 모아 있었고, 뼈 만 남은 두 손도 고정되어 배 위에 올려져 있었다. 고통에 힘겨웠던 표정도 펴지고 평소에 쓰시던 연한 붉은빛 립스틱을 바르신 엄마가 꼼짝 않고 누워계셨다.


이십 년 가까이 가슴에 박혀있던 인공판막 쇠붙이와 심장박동기의 잔해를 엄마의 유골 속에서 꺼내어 확인해 줄 때 가족들은 다시 오열했다. 그렇게 떠나신 지 8개월이 지났어도 종종 딸들의 꿈속에서 만나주는 엄마가 너무 고맙고 그리워서 오늘은 눈물이 난다. 하늘을 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5. 그리고 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