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사리 몰려오지 않는 찬 바람 덕에 남녀노소 불문,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바깥나들이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얼마 전 내린 비가 겨울을 달고 오는 줄 알고 두툼한 바지를 원 플러스 원으로 장만한 내가 머쓱하게도 그 비는 가을을 익히는 중이었다.
나도 가슴을 펴고 허리를 꼿꼿이 세워 나의 '내전근' (최근에 티브이에서 배운 중추에 가까이 있는 근육)이 제 역할을 하는지 의식하며 경쾌하게 일터로 간다. 그저 아담한 아파트 단지 몇 개를 관통할 뿐이지만 집 바로 뒤의 대덕산 자락과 사이사이 조성된 공원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나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다.
한 때, 장미꽃 내음이 나의 발걸음을 더 가볍게 했던 구간은 대부분 향도 화려함도 사라져 버렸는데, 어?! 그 사이에서 작은 한 송이 장미를 보았다. 주변이 마르고 적막한데 홀로 피어있는 모습이란! 왕성했던 여러 꽃들 속에 있었다면 결코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을 이 왜소한 장미 한 송이를 지나칠 수 없어 휴대폰 안에 담았다. 그리고 잠시 바라보았다. 너는 늦은 거니? 너는 버틴 거니? 너는 기다린 거니? 가던 길을 가면서도 작고 조그만 장미가 자꾸 떠올랐다. 고마운 마음은 왜 드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