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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바보

by 조은미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집 작은 개를 안으며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으이그, 이 바보 강아지야!"


다음 달이면 가족이 된 지 만 2년이 되는 우리 집 토이푸들 양순이에게 나는 바보라고 했다. 나를 아니, 나 만 너무 사랑해서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무릎 위에 있음.) 9년 10개월을 함께했던 갈색 푸들 모카를 떠나보내고 넉 달을 버틴 후에 인연이 된 지금의 양순이는 유기견이었던 모카와 달리 개농장의 모견으로 학대당하다가 구조되었다. 끊임없이 새끼를 낳고 빼앗기기를 반복하다 불임이 되면 유기되는 운명이라니! 주인에게 버려지는 유기견과는 또 다른 처참함이다. 모카와 양순이는 여러 면에 다르다. 푸들 특유의 발랄함을 찾는데에 모카가 일주일 정도 걸렸다면 이 녀석의 낯가림은 길고도 질기다. 남편이 밥 당번임에도 늘 경계할 뿐 아니라 도무지 곁을 주지 않고 억지로 안으면 얼음이 된다.


나는 3.5킬로그램 신생아 몸무게의 양순이를 아가처럼 수시로 안고 걷고 춤추고 쓰다듬고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보통의 강아지들은 머리와 등을 토닥이면 좋아하는데 어미였던 양순이는 자주 내 손을 제 배를 끌어당겨 만져달라며 안정을 찾는다. 모견으로서의 나날이 고단함의 연속이었을지라도 새끼들이 젖을 빠는 순간에 양순이는 평안하고 좋았었나 보다. 나도 아이를 낳고 수유하던 시절의 나른한 평온함이 떠올랐다. 동시에 새끼를 빼앗길 때마다 느꼈을 어미의 고통도 상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순이의 악몽 같은 나날은 지나갔고 내 가족이 되었으니 나는 보이는 사랑스러운 양순이를 편견 없이 맑은 눈으로 대했어야 했다. 나의 사랑과 측은지심이 과했던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나 만 바라보는 양순이가 더 많이 두루두루 사랑받는 복을 받을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겠다. 내가 바로 바보 강아지를 만든 강아지 바보였다.


참고: '푸들 양순이' 유튜브 채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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