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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Jan 24. 2023

안 아프면 모른다.

메니에르 증후군 (어지럼증) 잠재우기




같은 상처에도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다르고, 회복의 속도에도 차이가 있다. 누구나 덜 아프고, 빨리 낫길 원하지만 모두 같지 않다. 또한 아파도 잘 참는 사람이 있고,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얼핏 잘 참는 것이 좋아 보이나 오히려 병이 심각해진 후에야 발견되는 일이 있으니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미련한 일이 되기 쉽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어도 여러 종류의 모든 고통에 똑같이 반응하지도 않는다.


돌아보자면 나는 잘 참는 편에 속한다. 아주 아주 오랫동안 허리통증을 참아오다가 걷지 못하는 지경이 되서야 비로소 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아이 셋을 모두 자연분만했는데 진통이 올 때 소리 지른 기억도 없다.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은 따로 있다. 바로 어지럼증이다. 차멀미, 비행기 멀미, 심지어 뱃멀미도 모르고  번의 임신에 입덧도  했던 나는 수년  메니에르 증후군이라는 참지 못할  고통을 경험했다. 울렁임 정도가 아니었다. 눈을 뜨면 선풍기 날개가 돌듯 세상이 돌았다. 눈을 감으면 깜깜한 시야 속에 움직이는 먼지 같은 점들도 돌았다. 몸을 움직일 수없을뿐더러 어떤 자세로도 조절이 되지 않아 비명을 지르며 울다가 토하기를 반복했다. 짧으면   길면  시간을 시달렸다.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정도였다. 이러한 발작적 증상을 영어로 어택(attack) 왔다고 한다. 속수무책 무방비로 당하는  메니에르 공격을 3 넘게  받았다. 지역 병원을 거쳐 대학병원까지 가서   있는 검사를 마치고 나서도 치료제는 아직 없으며 단지 약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뿐이라는 같은 말만  들었다. 귀에 (체액) 차올라 평형기능이 깨지면서 나오는  증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뇨제로 귓속 물을 빼는 약과 신경안정제와 같은 정신과적 약제를 쓴다고 했다. 어택이 오기 전에 전조 증상이 있는데 그때에 느끼는 공포 또한 심하다.  정신과적 약제가 필요한 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나에게 효과가 없었다. 처방된 약을 먹어도 돌고  먹어도 돌았다.


나는 맨 처음 증상이 나타났던 즈음의 몸 상태를 기억해서 발병의 원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약하게 회전감을 느꼈던 날을 떠올려보았다. 나는 바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충주를 오가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동생의 딸과 친구들이 스터디를 꾸려 요청을 했었고 마침 홈스쿨링도 끝난 시점이라 흔쾌히 그러마 했다. 집 근처에 터미널이 있었고 편도 두 시간, 간차를 두고 왕복 4시간이면 괜찮겠지 했다. 고속버스로 장거리를 오가며 수업하기에 당시 내 체력은 마땅치 않았는데 몰랐다. 나는 과한 피로감을 견디며 다녔다. 등이 아팠다. 특히 오른쪽 어깨 아래쪽 견갑골 사이가 많이 쑤셨고 남편이 자주 열심히 마사지해 주었지만 개운치 않았고 뒷 목까지 불편해졌다. 그러고도 베개를 바꿔야지 생각만 했다. 나아지겠거니 그냥 계속 참았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늘 수면이 부족했지만 잠깐의 개운한 느낌이 좋아 인스턴트커피를 마셨다.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기도 했고 먹더라도 대충 때우는 식이였으니 발병 시 내 컨디션은 말이 아니었다.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걸 되돌려야 한다. 차근차근 실행했다.


1. 수업을 중단했다. 할 수밖에 없었다.

2. 지인을 통해  치유 마사지하시는 분을 소개받았다. 다양하게 아픈 사람들이 호전된 사례가 많다는 그분에게 등과 목 위주로 해서 전신을 마사지받았다. 흔히 느끼는 시원한 손놀림이 아니라 눈물이 찔끔 나도록 강한 마사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음 날까지 녹초가 되었다. 만병의 근원은 혈액을 포함한 온몸의 순환이 막혔을 때라는 신념이 철저하셨는데 나도 공감한다. 등과 어깨와 목을 만지시면 이상하게 오른쪽 귀가 먹먹했다.

3. 커피를 끊었다. 몇 모금을 홀짝 했을 뿐인데 그러자마자 팽이처럼 세상이 돌았던 기억이 나서다.

4. 음식을 챙겨 먹었다.

5. 혈액순환을 위해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매일 모카를 데리고 근처 달맞이 공원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6. 병원에서 알려준 평형감각을 키우는 눈 운동을 했다. 


어지럼 발작의 간격이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반년 정도가 지났을 때, 마침내 쌩쌩 돌던 팽이가 서서히 서듯 회전감의 세기가 줄어들면서 발작의 간격도 조금씩 멀어졌고 드디어 멈추었다. 그리고 7년간 유지 중이다.


얼마 전 이비인후과에 간 김에 청력검사를 받았다. 어택이 올 때마다 손상되었던 오른쪽 청력 만으로는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온전한 나의 왼쪽 청력이 더욱 소중해졌다. 메니에르는 완치가 없다고 한다. 증상이 발현되지 않도록 이 병을 달래는 방법은 내 몸을 늘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하는 일이다. 컨디션이 최고조일 때 커피를 살짝 마셔보기도 했는데 괜찮았다. 그러나 코로나 완치 이후로는 커피 근처도 가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을 때 쉽게 입에 담는 표현인 "돌겠네~~!"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간혹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듣기만 해도 나는 화들짝 놀란다. 안 아프면 모른다. 얼마나 끔찍한 말인지...


메니에르 증후군을 달래는 법을 알아챈 후, 내 몸을 소중하게 여기며 잘 관리해야 만 하는 섬세한 감지장치를 부착한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센서라고 할까? 소홀하면 곧 징조를 보이는 피곤한 몸이라 할지라도 덕분에 자동적으로 관리가 필수이니 감사한 일이 아닌가 해석했다.


(참고: 비슷한 어지럼증으로 이석증이 있다. 귀속 작은 돌조각이 제자리를 벗어났을 때 일어난다는 물리적  분명한 원인이 있다.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그 자리에서 몇 가지 동작을 통해 이탈된 돌을 원 위치로 넣어주시고 그 즉시 어지럼은 사라진다. 그러나 왜 그 돌조각이 떨어져 나오는지는 모른다. 다만 어느 병에나 적용되는 과로와 스트레스라고 추정될 뿐이다. 이석증도 메니에르 어택과 동일한 회전감 때문에 심하게 고통스럽기는 매 한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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