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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Feb 29. 2020

에밀리의 일본어 식탁

추억 속 엄마의 김치

돌아가신 나의 엄마의 고향은 충청남도 당진읍이셨다.

산업은행에 근무하시던 엄마의 결혼은 30세라는 당시로서는 아주 늦은...

그 이유로 난 엄마가 동생을 임신하셨던 기간 내내 , 그 이후로도 자주 외할머니 댁에서 머무른 어렴풋한 기억이 가득하다.

당진 읍 , 그리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의 추억은 다른 기회에 되짚어봐야 할...


오늘은 내 엄마의 김치 맛 하나만 곱씹어 보련다.


엄마의 김치는 항상 고급진 찹쌀가루를 풀 쑤는 과정부터 기억된다.

막내며느리이셨기에 , 당시 어린 나로서는 엄마의 가사 노동이 고된적은 접해 본 일이 없지만 엄마가 김치를 담그실 때만큼은 정성 들여 찹쌀 풀을 쑤시던 모습이 또렷이 기억난다.


시집을 가고 , 개성 출신의 시어머님 , 시조모님의 김치 방법을 따르다 보니 가끔 찹쌀풀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오랜만에 정성 들여 찹쌀풀을 쑤어 보았다.

이유라 치자면 ,

내 돌아가신 아빠의 생신이 2월 28일이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어수선한 이 상황이지만 , 모두의 매일엔 일상의 삶이 존재한다.

온갖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일상 속에 또 다른 위험인 코로나 19가 그 존재감을 폭풍처럼 몰고 왔다.


지금 이 초를 다투는 시간 중에도 , 그 누구는 사고로 , 그 누구는 지병으로 , 그 누구는 해산의 고통 등으로 병원을 찾을 것이며 , 또 그 어느 누구는 예비신부로, 신랑으로 , 부모로 , 친척으로 , 하객으로 식장에서 애타는 마음일 것이며....

또 , 그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시간이 삶의 중요한 그 무엇인가를 결정지어야 하는 소중한 일분일초라는 사실..


우리는 그러한 중요한 순간들에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항해 도중 목표지점을 잃은 것처럼 사실은 , 나 역시 지난 두 주간 무척 많은 불안과 걱정을 마음과 머리 가득 안고 있었다.

나약한 인간의 모든 희. 노. 애. 락을 말이다.


엄마의 추억 속 찹쌀 풀을 쑤면서 그 모든 것을 떨쳐본다.

그래서 아빠의 생신인 날 , 동시에 옆지기의 생일인 날에 소박한 밥상을 차리며 , 이 모든 소용돌이가 그 어느 날엔간 끝이 있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찹쌀풀이 숙성되며 단단해지듯

어느 날, 우리에겐 또 다른  굳은 상처의 딱지가 견고하게 자리 잡으리라.

삶이란 , 역사가 지금까지 흘러왔듯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는 사실을 아마 우리 모두는 인지하고 있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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