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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Apr 13. 2020

여행 이야기

용원에서의 작은 여행

몇 달만에 내려오게 된 사택.

창원 끝자락과 부산의 끝자락이 같이 공존하는 곳 용원.

전 세계가 앓고 있는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고 , 또 막내의 귀국으로 자가격리를 시켜야 하기에 부랴부랴 내려오기도 한 시간들이며 ,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찬양 봉사로 섬기는 정관의 주향 감리교회의 부활주일도 다가왔기에..

부산을 나가려면 사택 앞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근 삼십 분을 나가 하단역에서 전철을 타거나 버스로 환승을 해야 하는 조금은 외진 곳이 여기 용원이다.

5년이란 시간을 이 곳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정겨워진 곳.

진해로 향하는 일반 버스를 타면 옛길을 굽이굽이 돌아나가게 되는데  봄에는 벚꽃이 지천인 화려함과 시골의 길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움이 펼쳐지곤 한다. 올해는 물론 그 정겨움 역시 빼앗겨 버렸지만 ,

아파트에서 산책 삼아 걷는 길들이 있다.

때론 날 아는 이들이 없는 이 낯 설움에 푹 빠져서 서 말이다.

몇 달 간의 묵은 때를 대청소하고 벚꽃, 동백, 유채, 철쭉 속에 빠져서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보는 기분...

물이 빠진 갯벌에서 고동을 줍는 아낙네들과 어린아이들 ,

겨울이면 북적이는 굴 식당들 옆에 쌓여있는 굴 껍데기들 ,

멋들어진 건축설계사 사무소 건물 ,

휑하니 비어버린 유치원 풍경 등.  

내 목적지인 바닷가 카페까지의 여정에서 보이는 조화롭기도 , 조화롭지 못한 전봇대나 폐허 같은 건물들까지  참담한 지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찬란한 아름다운 봄을 눈에 담고야 말았다.

걸어 돌아오던 길의 벚꽃 바다와 벚꽃 연못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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