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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May 12. 2020

여행 이야기

진해 생태공원의 5월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오는 사택 용원에서 305번을 타고 진해로 향하는 길...


지난해엔 갑자기 벚꽃의 그곳이 그리워 서울서 곧장 진해로 내려가 버렸던 기억 하나.


오늘 아침 갑자기 그곳이 그리워서 버스엘 올랐다.


몇 해 전 처음 그곳을 방문하던 그 버스에서의 추억은 벚꽃 동굴을 지나는 듯한 착각이었는데

오늘의 버스 속에서의 풍경은 온통 빛나는 초록으로 신선했다.

버스 속의 승객들은 대부분 노인 분들이셨고 ,

버스에서 내려 여좌천 길로 들어서니 드문드문 산책 중이신 노인 분들 , 간혹 눈에 띄는 젊은 커플 , 그리고 장미 넝쿨을 심는 분들....


4월의 여좌천과 생태공원은 사람들로 붐비지만 ,

5월의 그곳은 더욱이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한 지금은 한산하고 한적했다.


여좌천 끝 쪽에 위치 한 생태공원으로 먼저 발걸음을 향하던 중 , 내 뒤로 80을 훌쩍 넘으신 노인분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내용인즉슨, 아마도 국민학교 동창분들이 신듯...

(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80대를 상상해보기도..)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그곳 ,

오늘의 동선은 조금 다르게 시작해본다.

들어서며 오른쪽으로.. 향한 내 귀에 들려온 우렁찬 개구리들의 함성은 나를

갑자기 몇 년을 거슬러 올라가  미시간 시절의 깊은 뒷 숲의 개구리 합창의 추억의 장소로 순간 이동을 시켜 버렸다.

그렇게 소리에 파묻히며 걷다가...


넓은 엿 못가의 늘어진 왕버들나무 아래에 멈춰버리곤...

몇 년 전의 4월, 그 자리에서 고운 한복의 자태로 사진을 찍던 젊은 그녀를 떠올려버렸다.( 시간을 내어 같은 장소의 다른 사진들을 다시 끄집어 내 봐야지 하면서... )


왕버들 나무 앞 벤치에서 그렇게 삼십 분을 멈춰서...


그리고 잠시 공원을 벗어나 검색해 둔 파스타 집을 향해서...

입구에 손 세척을 위한 세면대부터 준비해 둔 식당에서 매콤한 올리브 오일 소스의 파스타와 커피 한 잔으로  멋진 나 홀로의 점심을 천천히..


다시 찾아들어 간 공원에서는 추억 속 풍경들과 5월의 오늘을 비교 감상하며 걸었다.

오후의 연못은 햇살로 반짝이고 난 오전의 반대편 벤치에서 음악과 더불어 오롯이 나를 위한 오늘의 선물을 응시했다.

저 멀리 건너 편의 형형색색의 유치원생들의  모자도 놓치고 싶지 않았고 , 엄마를 따라와 잉어를 구경하던 소녀의 뒷모습도 , 내 벤치 옆의 도란도란 그녀들도 ,

무엇보다 숲 길을 걷는 모든 분들의 뒤태까지...

또 갑자기 날라든 새마저도...

솔솔 불어오는 적당히 기분 좋은 바람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지금의 현실은 깨끗이 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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