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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Aug 28. 2020

여행 이야기

오랜만에 송광사를 가다

1990년부터 1995년 , 옆지기의 방위산업체 근무지이던 광양 포항제철 연구소.

그곳에서 신혼을 시작한 탓에 아마 처음으로  순천을 지나 송광사를 찾았던 시간이 있었다.

송광사 경내에 멋들어진 백일홍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첨으로 알게 되었고 , 내 희미한 기억에 아마도 신혼집 이사 뒤 처음으로 다니러 오신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송광 사엘 갔던...


그래서인지 송광사를 가게 되거나 이정표를 지나칠 때면 백일홍 나무 아래에서 활짝 웃으시던 돌아가신 아빠 , 엄마가 떠오른다.


그 이후 , 시어른들도  모시고 , 광양을 찾아오는 이런저런 친구 , 지인들과의 관광코스 속에 꼭 들어 있던 그곳.


그곳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기억은 대략 2007-8 경이다.

시카고의 막내 이모 이모부 가 오셨을 때 ,

엄마와 두 분을 모시고 전라도를 돌던 추억.


남원 , 전주를 찍고 화순을 거쳐

송광사의 멋들어진 백일홍( 그때까지도 난 백일홍과 배롱나무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 못했던)을 보고 , 보성 녹차밭까지 내려갔다가 담양을 거쳐 상경했던..


그 이후에 송광사로의 발길은 잠시 접어졌던..


이번 사택 방문길에

실은 달 설군의 배롱나무 고택들이 가고 싶었지만 , 늦더위로 이어진 폭염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코로나로 조심스럽기도 한 때인지라..

남해로 이동을 했다가  그다음 경로가 송광사로 돼버린..


오랜만의 송광사로 가던 날은 이른 아침이었다.

전 날의 폭염에 예견컨대 아침이 아니고선 그곳을 걸을 엄두가 나지 않을 듯도 했다


이른 아침 가는 내내 운무가 가득한 풍경이 장관이었고 ,

그렇게 송광사로 걸어 올라가던 중 ,

한 무리의 사진작가들도 만났다.

아침 햇살의 풍경을 잡으시려고

돌다리 아래쪽으로 여러 분들이 집결 , 대기를 하고 계셨다.

 그 풍경을 나도 동참하고 싶은 말 뒤로 하고 옆지기와 경내로 들어서는 데..

반가운 배롱나무의 꽃들이  지붕 위로 방끗..

아.. 그런데 말이다.

이게 웬일인가.

물가에 있던 인조 종이 모형의 연꽃이

나무마다 주렁주렁....


멀리서 보면 진홍빛에 화려한 꽃과 나무로 보이지만

반가워 다가서니 이런 인위적인 모습이라니..


다행한 건 그나마 나무 둥지와 가지가 정말 멋들어지게 잘 생겼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그 멋진 나무 기둥과 가지 위로 꽃송이 사이사이로  너를 조롱하듯 연꽃이 매달려 있었다.


잠시 경내의 마주 보고 있는 두 그루의 나무 아래 아빠와 엄마께서 웃고 서 계신 착각을... 떠올리기도..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땀은 비 오듯 흘러내리고...


옆지기와 한편의 응달진 곳에 앉아 숨을 고르곤.  


돌아오는 내내

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던 배롱나무의 꽃송이가 마음을 적셨다.


이게 왠릴인가...

주렁주렁

인위적인 ....

차라리 떨어져 있는 꽃들에 눈이 멈추던 시간


저 나무 아래서 활짝 웃으시던 아빠 엄마를  잠시회상해보며..

그나마 이 곳의 한그루에만 장식이 없이

내려오던 길 편백 나무들 틈에서 잠시.

떨어져 있던 꽃송이들에 밈을 빼앗겼던 2020년 8월 어느 날이었다.

인위적인 연꽃의 장식에 슬퍼지던..

코로나 역시 다시 우리를 위협하기 시작한다로 기억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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